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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헌 대경기술지주 기술투자본부장 |
지난 25일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기관들과 함께 물산업 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물산업 투자기관 협의회를 출범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사는 2021년에 5년간 자체 자금 1천억원을 투입해 4천300억원의 투자펀드 조성계획을 수립하였다. 이후 지난해 3월 1천300억원 펀드 조성을 위한 '충청 지역혁신 벤처펀드' 협약에 참가했고, 11월에는 1천200억원 펀드 조성을 위한 '동남권 지역혁신 벤처펀드'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들 펀드는 각각 충청권과 울산·경남 지역의 혁신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방정부가 공사의 계획에 호응하여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대구는 5+1 미래 신성장 산업에서 물산업을 제일 먼저 꼽을 정도로 물산업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대구시와 국민의힘이 가진 예산정책협의회 때도 '친환경 물산업의 중심도시 대구'를 위한 내년 예산확보 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물산업 진흥계획에 대구는 보이지 않는다. 협의회에 참가한 10개 벤처캐피탈 중에 대구서도 활동하는 인라이트벤처스의 이름이 보여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대구를 본사로 둔 벤처캐피탈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산업의 성장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만드는 혁신단지와 센터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중 탁월한 기업들이 성장해야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요즘은 벤처캐피탈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나아가 기업 컨설팅과 함께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까지 지원해 주기 때문에 혁신의 성과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연히 대구의 물산업이 발전하려면 제대로 된 물산업 펀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국비확보에만 신경을 쓰고 펀드를 만들고 혁신기업을 만드는 일에는 소홀히 한 게 아닐까.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산업 펀드를 만든다고 할 때 대구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예산정책협의회 때 적시된 사업목록에는 대한민국 디지털 데이터 산업 거점도시,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친환경 물산업 중심도시,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도시가 있다. 어마어마한 산업들의 거점도시, 중심도시, 클러스터, 허브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니 전 세계가 대구를 중심으로 줄을 서고, 모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가 중심이 되고, 대장이 되면 다른 지역의 활동에 관심을 덜 가져도 된다.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중심이 되니 전 세계 혁신이 실리콘밸리로 모이는 것처럼…, 그러나 중심을 지향하고, 대장이 되려면 그만한 실력과 기반이 있어야 한다. All을 지향하다 Nothing이 되기 십상이다. 물, 의료, 에너지, 미래차, 로봇, 스마트시티의 5+1 미래 신성장 산업을 수년간 키웠지만, 대구지역 내 총생산량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12%에서 2020년 2.99%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협력과 상생을 선택해야 한다. 수도권의 투자동향, 기업동향을 제대로 살피고, 이들과 네트워킹하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중심, 거점, 허브보다 가공, 조립, 생산, 유통 등으로 특화하고, 다른 지역과 공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덧붙이자면, 글로벌 동향과 벤처투자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대구의 성장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여 혁신을 뒷받침할 제대로 된 벤처캐피탈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의 벤처캐피탈이 대구로 오지 않는다면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을 키워야 한다. 투자받기 좋은 대구, 투자펀드가 넘치는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
황영헌 (대경기술지주 기술투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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