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콘텐츠' 봇물…위기의 OTT 구원등판

  • 윤용섭
  • |
  • 입력 2022-05-12 07:54  |  수정 2022-05-12 08:33  |  발행일 2022-05-12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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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논픽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플랫폼과 차별화된 이야기를 원하는 대중의 수요가 만나면서 다큐멘터리와 리얼리티 콘텐츠를 아우르는 논픽션 콘텐츠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사건 보도에 초점을 두던 언론사들까지 나서 다큐멘터리 제작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심 영역을 점차 확대해가는 중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OTT 업계의 경쟁과 실적 부진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다큐멘터리가 뚜렷한 마니아층과 제작비 대비 가성비라는 장점을 내세운 또 다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실적부진·오리지널콘텐츠 확보 경쟁
국내외 OTT플랫폼 대안 장르 부상
탄탄한 마니아층·가성비 제작붐 한몫

실제 범죄사건 이면 다룬 다큐물 인기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 이어
18일 '사이버 지옥 N번방' 공개 예정
아이돌 그룹·프로야구팀 다룬 콘텐츠
유료가입 기여·주간순위 1위 오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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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이 주도하는 논픽션 붐

"논픽션 콘텐츠는 흡인력 있고, 몰아보기에 좋고, 픽션보다 제작비도 적으며,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MTV 대표 출신 반 토플러 프로듀서는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논픽션 콘텐츠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논픽션 콘텐츠의 인기 요인을 "정직함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진실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다큐멘터리는 권력과 무관하게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영화와 드라마보다 저렴한 제작비만이 논픽션 콘텐츠의 강점은 아니란 얘기다.

최근 할리우드와 OTT 플랫폼이 논픽션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라이어티와 블룸버그는 할리우드의 논픽션 콘텐츠 인기 현상을 다룬 기사에서 "지난 몇 년간 논픽션 콘텐츠에 대한 뚜렷한 수요가 있었으며 이제 할리우드가 여기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프리 솔로' 등을 제작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문 총괄 부사장 캐롤라인 번스타인은 "사람들은 다큐멘터리와 내러티브가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별하지 않는다"며 "훌륭한 이야기는 훌륭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OTT 플랫폼은 서비스 출시와 함께 높은 제작비를 들인 픽션 콘텐츠를 앞세우곤 했다. 파라마운트+는 드라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를, 디즈니+는 '만달로리안'을, 애플 TV+는 '더 모닝쇼'를 대표 콘텐츠로 내세우며 구독자들을 끌어모았다. 플랫폼이 론칭한 후엔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구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플랫폼이 드라마와는 별개로 다큐멘터리 시리즈부터 오디션, 경쟁, 음식, 라이프스타일 쇼 등 다양한 논픽션 콘텐츠를 수급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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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플랫폼 가운데에서도 넷플릭스는 논픽션 콘텐츠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급하는 회사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 10편 중 3편이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와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리얼리티 '투 핫'이었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에 이어 'F1: 본능의 질주'를 성공시킨 넷플릭스는 현재 복스미디어와 골프에 관한 쇼와 6편 이상의 자동차 관련 쇼를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논픽션 콘텐츠를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워너미디어는 논픽션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해 온 디스커버리+를 인수 합병하며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내 OTT에서도 구원투수 역할

다큐멘터리 중에선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 콘텐츠가 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 풋볼 선수의 살인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의 '킬러 인사이드: 아론 에르난데스는 왜 괴물이 되었나?'와 아동학대 사건을 다룬 '게이브리얼의 죽음: 누구의 책임인가?'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화제작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제작한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를 오는 18일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범죄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인류 범죄 역사상 전무했던 새로운 유형의 비대면 범죄, '사이버 성범죄'를 기록하고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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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N번방 사건에 대해 조금씩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사건의 실체라는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작품 속에서 다뤄질 사건의 실체와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를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는 증강현실·비디오월 등 첨단 시각 효과를 통해 시청자들이 우주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 체험형 다큐쇼다. 앞서 그룹 마마무의 성장 과정과 진통을 다룬 '마마무:웨어 아 위 나우'는 웨이브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왓챠의 야구 다큐 '한화이글스:클럽하우스'는 경기의 승패를 통해서는 볼 수 없던 이면의 스토리는 물론 뛰어난 영상미와 감각적인 촬영, 편집으로 호평을 불러모으고 있다. 실시간 순위와 주간 톱10 순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쿠팡플레이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여정을 담은 '로드 투 카타르'를 제작할 예정이고, 티빙은 음식 다큐 '푸드 크로니클'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큐는 드라마와 예능 대비 적은 투자비로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3040 남성 구독자들을 묶어놓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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