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크롤!, 파편화한 텍스트 속 서서히 드러나는 현실세계

  • 최미애
  • |
  • 입력 2022-05-27   |  발행일 2022-05-27 제15면   |  수정 2022-05-27 07:51
팬데믹 후 현실·가상의 두 세계 그려

스크롤_표1
정지돈 지음/민음사/204쪽/1만4천원

소설가 정지돈은 이전 작품들에서 소설의 전개 구조를 뒤섞고, 다양한 장르를 한 텍스트로 담아내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그려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까운 미래로 시선을 옮겼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21세기 초 팬데믹으로부터 시간이 약간 흐른 시점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복합 문화 단지 '메타플렉스'에 소속된 서점 '메타북스'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국가적 단체인 '미신 파괴자'소속 대원들에 대한 것이다.

'메타북스' 이야기에는 이 서점의 직원인 프랜과 정키가 등장한다. 프랜과 정키, 친구들은 각자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고민하지만 이를 공유하진 않는다. 그저 볼만한 영화, 소설, 서점 '메타북스'에 대한 흉흉한 이야기만 할 뿐이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는 점점 줄어들지만, 공통의 현실과 관심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활발하게 공유되며 확장된다.

'미신 파괴자'는 미신파괴자 소속 대원인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미신파괴자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약캔-D 3천㎎을 주사한다. 일정량 이상의 캔-D를 주사하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음모론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가상서버에 접속하는 '존재론적 행방불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음모론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두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전개되고, 생략되기도 하고 인과관계 없이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어쩌면 이 혼란스러운 전개는 각자의 사연을 잘 알 수 없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건지도 모르겠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