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열정·참신… 대구 관객 홀린 건반의 여제

  • 최미애
  • |
  • 입력 2022-06-20   |  발행일 2022-06-20 제20면   |  수정 2022-06-20 07:40
[리뷰] 유자 왕 대구서 첫 내한 리사이틀
화려한 의상·파워풀한 테크닉 등
독특하고 자유로운 소통방식 신선
베토벤 '소나타 18번' 기대 관객들
공연 직전 프로그램 변경은 아쉬움

DSAC-2497
지난 15일 달서아트센터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유자 왕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달서아트센터 제공>

지난 15일 달서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첫 내한 리사이틀 공연 직전 객석이 술렁거렸다. 공연 프로그램이 변경되었고, 변경된 프로그램은 공연이 끝난 후 알려주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연이 프로그램북을 통해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다'라고 공지하지만, 이렇게 공연 시작 직전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유자 왕 답다 싶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상앗빛의 긴 드레스를 입은 유자 왕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특유의 허리를 90도 굽히는 '폴더인사'를 한 뒤 첫 곡으로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사랑의 소식' '안식처' '마왕'을 잇따라 연주했다. 이어서 쇤베르크의 '피아노 모음곡' 작품 번호 25번, 슈베르트의 '헝가리안 멜로디 B단조', 리게티의 에튀드 6번 '바르샤바의 가을'과 13번 '악마의 계단'을 들려줬다. 유자 왕의 파워풀한 타건과 테크닉이 돋보이는 선곡이었다. 당초 프로그램에 있었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8번'이 빠져 이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2부가 시작되자 유자 왕은 줄무늬 스타킹에 보라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시작한 그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G단조', 장-필리프 라모의 '야만인들',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제3권 3번 '라바피에스'를 들려줬다. 원래 프로그램에 포함된 카푸스틴의 전주곡 10·11번과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제4권 1번 '말라가'가 빠졌다. 2부에선 1부보다는 좀 더 자유로워진 유자 왕의 연주를 만날 수 있었다.

앙코르 무대에서 유자 왕은 태블릿PC에 담긴 전자 악보를 보면서 앙코르곡을 골랐다. 미리 준비한 앙코르곡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다소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치프라가 편곡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부터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 3악장까지 총 7곡을 연주해 관객을 열광시켰다. 앙코르곡임에도 유자 왕은 에너지를 끝까지 잃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이날 유자 왕이 보여준 독특한 관객과의 소통방식은 연주회를 즐기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클래식 공연에 가기 전 보통 예습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아 예습이 더 쉬워지기도 했다. 이날 유자 왕의 공연은 좀 더 음악 그 자체를 감상하는 시간이 됐다. 어쩌면 유자 왕의 방식은 어려운 클래식을 쉽게 접하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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