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m 지하에서 219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들 품으로…기적 생환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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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5 03:09  |  수정 2022-11-07 09:01  |  발행일 2022-11-05
봉화 광산 매몰 2명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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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이 구조자들과 함께 갱도를 빠져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4일 밤 11시. 사고 발생 열흘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달 26일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의 한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박모씨(62·조장)와 보조작업자 박모씨(56)가 기적적으로 무사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반드시 살아있을 거란 희망과 기대가 점점 더 절망으로 향해가던 순간, 지하 190m 아래 칠흑 같은 좁은 갱도에서 기지를 발휘, 응급수단으로 열흘을 버텨내며 기적을 만들어 냈다.

소방당국은 4일 오후 11시 3분쯤 제1 수직갱도에 고립됐던 작업자 박씨 등 2명을 소방구조대원 1명과 광산구조대원 1명이 수색해서 무사히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방당국은 제2 수직갱도 상단 갱도를 중심으로 진입로를 약 270m까지 확보하고, 암석 구간 30여m를 추가로 굴착 한 후 2명의 대원을 내부로 투입해 이들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지점은 이들이 처음 작업했던 지하 190m 제1 수직갱도 부근이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이 이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갱도 안을 수색하던 중 갱도 안에 쪼그려 앉아 있던 박 씨 등을 발견했다"며 "걸을 수 있냐는 말에 두 사람이 일어나길래 부축해 함께 걸어서 갱도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발견 당시 이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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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모닥불을 피운 비닐막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구조대원들과 함께 갱도를 빠져나온 박씨 등은 인근 안동병원으로 이송됐고,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이들이 구조되던 당시 갱도 밖에서 이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던 가족들은 구조 작업자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조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42) 씨는 "아버지가 광산 내부를 잘 알고 있어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는데, 너무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국민께서 관심도 많이 주셨고, 꼭 살아 올 것이라고 응원과 위로도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들도 "구조 당국과 구조를 도운 광산 근로자, 무사 귀환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재산면 갈산리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물과 흙이 섞인 펄(토사) 900t가량이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장 박씨와 보조작업자 박씨가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된 채 열흘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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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이 구조자들과 함께 갱도를 걸어서 빠져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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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지냈던 갱도 내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금까지 구조당국은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과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반응 여부 확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왔는데, 지난 2일 새로 발견된 진입로를 통해 구조 예상 지점까지 연결통로 확보를 위해 암석 제거 작업을 하다 이날 갱도 막다른 곳에서 소규모 붕괴가 일어나면서 구조 작업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또 생존 반응 여부 확인을 위해 천공기 11대를 투입해 전날 뚫린 구멍을 통해 미음 등 먹을 것과 보온덮개, 의약품 등과 가족들의 편지 등을 내려보냈지만, 이마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밤 구조당국은 매몰된 갱도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면서, 이곳을 통해 열흘간 고립됐던 작업자들과 함께 무사히 광산을 빠져나와 구조에 성공했다.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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