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안 팔리는데 이사는 갔다”…미분양이 만든 ‘지방식 갈아타기’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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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2 18:20  |  수정 2026-03-02 20:15  |  발행일 2026-03-02
경주 지난해 12월 미분양 731가구…11월보다 42가구 줄었지만 ‘준공 후’만 남아
외동읍 미분양 물량 집중…미소지움시티 60·삼부르네상스 159세대 등 ‘쏠림’
미분양 확인증 발급 300장↑…신경주역·황성동 중심으로 수요가 먼저 움직여
세컨드홈 취득세 25% 감면·주택 수 완화…‘체류수요’는 역세권부터 붙는 모양새
구글 NotebookLM <그래픽 = 생성형AI>

구글 NotebookLM <그래픽 = 생성형AI>

수도권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경주시 등 인구감소관심지역 9곳에서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도 1주택자로 인정받게 되는 정부의 세컨드홈 세제 특례가 확대됐다. 사진은 경주시 황성·용강동 주거단지 일대 모습.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수도권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경주시 등 인구감소관심지역 9곳에서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도 1주택자로 인정받게 되는 정부의 세컨드홈 세제 특례가 확대됐다. 사진은 경주시 황성·용강동 주거단지 일대 모습.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경주 충효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살던 집을 매도하지 못한 채 새 집으로 이사를 택했다. 시내 중심권에 20년 가까이 거주한 30평대 노후 아파트를 1억원대에 내놨지만 매수자가 없어 신경주역세권 3억원대 신축 아파트로 집을 옮긴 것. 새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으로 최씨는 "일시불 조건으로 약 1천만원 할인을 받았다"고 했다.


최씨의 선택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서울·수도권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에선 정반대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 것. 인구감소지역과 인구감소관심지역에는 '세컨드홈' 특례를 넓혀 주택을 추가로 사도 양도세·종부세에서 주택 수가 덜 잡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간극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곳이 경주시다. 경주에선 할인과 세제 혜택이 붙은 미분양 신축을 중심으로 '흡수형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경주시 미분양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분양은 731가구(11개 단지 합계)로, 모두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미분양 주요 지역은 외동읍과 충효동, 신경주역세권 일대다. 특히 외동읍에서는 미소지움시티 60가구, 삼부르네상스 159가구가 미분양으로 잡혀 있다.


지난해에 비하면 미분양 물량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6월까지 미분양은 1천여 가구에 달했다. 최근 미분양 물량 감소의 배경으로는 집을 살 때 세제 혜택을 받는 미분양 주택 확인증(미분양주택 과세특례)의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남연 경주시 주택과 주무관은 "지난해 미분양 확인증 발급 수는 대략 300장이 넘는다"며 "확인증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발급되고 발급 신청은 신경주역 일대와 황성동 쪽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동산 사이트인 부동산지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경주지역 아파트 평당 매매가(공급면적 기준)는 지난해 5월 초 631만원에서 12월 초 641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이처럼 거래가 크게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월세가 버티는 구조는 팔고 갈아타기 대신 '묶어두고 옮기는 이동'을 부추긴다.


세컨드홈 효과도 확인된다. 최씨는 "아래층 집에도 서울에서 온 부부가 입주를 했고, 주말에만 내려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주에서 주말 체류형 매매가 늘어나는 기류가 있다는 얘기다. 세컨드홈 세제특례의 핵심은 가격 기준을 둔 취득세 감면과 주택 수 산정 완화다. 경주에 3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하거나 신축하면 취득세의 25%가 감면된다. 또 다른 지역에 주택 1채를 보유한 경우에도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추가 취득하면 기존 주택에 대해 1주택자 세제 혜택이 유지된다.


미분양 할인과 세제 혜택으로 내놓은 집이 안 팔려도 새 집으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노후 아파트는 팔리지 않은 채 신축 재고만 줄고 있는 것이다.


세컨드홈 효과가 지방 미분양 전체를 끌어내릴지에 대해선 신중론도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컨드홈 수요가 당장 재고가 많은 지역으로 직결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외동읍은 산업단지 배후 주거 성격이 강해 주말 체류를 전제로 한 세컨드홈 수요와 결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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