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발자취 찾아 나선 경북청년 벗나래] (상) 박재길 오사카경북도민회 前 회장 "멸시받기 싫어 권투 시작하고 먹고살려고 스파링 역할도 했죠"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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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2  |  수정 2022-11-22 07:03  |  발행일 2022-11-22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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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에 참가한 경북청년들이 이하라공업 공장을 방문해 박재길(맨 왼쪽) 전 오사카경북도민회 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남일보는 2015년 러시아와 중국, 일본의 강제 징용 1세대의 삶을 시작으로 2019년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이역만리 낯선 타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정착하기까지 대구경북 출신의 이민 1세대가 겪은 도전과 시련, 성공담을 취재해 보도했다.

그에 이어 올해는 경북의 화두인 미래세대 경북청년들이 경북출신 재일동포들을 찾아 조기정착 세대에 대한 이해와 연대감 형성, 동포 기업방문 등 해외진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경북청년의 해외동포 발자취 재조명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2022 경북청년 벗나래' 일본 활동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7개도시에 재일본경북도민회
대구경북 출신 이민1세대 만나
동포들과 연대감 형성·교류 시간
청도출신 동포 日 공장 방문해
생애사·일본에서의 생활 들어

◆경북청년 벗나래는

'2022 경북청년 벗나래'는 동북아시대 경북청년이 일본을 방문해 경북출신 재일동포단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동포사회와 상호 교류를 통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포와의 교류로 경북형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이번 활동은 사전 공모를 통해 선발된 경북청년 10명이 두 팀(도모와 다치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이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설계하고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경북의 미래 주역으로 해외 경북인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활동을 펼쳤다.

특히 경북도와 교류 중인 재일본경북도민회를 둘러보고 이들의 생애사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들었다. 또 앞만 보며 땀으로 일군 사업장을 방문해 해외에서 경북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동포들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다.

도모팀은 도쿄와 지바, 다치팀은 오사카와 교토 등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쳤다.

경북벗나래
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에 참가한 경북청년들이 오사카경북도민회 사무실을 방문해 정홍·김일룡 경북도민회 부회장, 배문자 부인회 회장 등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일본경북도민회는

경북에 뿌리는 둔 재일본경북도민회는 도쿄, 오사카, 지바, 가나가와, 교토, 오카야마, 효고현 등 7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체 회원 수는 1천275명. 이 가운데 도쿄도민회가 회원 수 680명으로 가장 많다.

가장 먼저 설립된 오사카도민회는 1960년 10월 결성돼 6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어 가나가와도민회(1982년 6월), 지바도민회(1985년 5월), 도쿄도민회(1987년 11월), 교토도민회(2004년 10월), 오카야마도민회(2013년 3월), 효고도민회(213년 8월) 순이다.

재일본경북도민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도민회는 코로나로 인해 신년회를 제외하고 최근 3년간 활동은 없었지만, 부인회는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부채춤 등 문화수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경북도에 성금 2천만원을 전달해 끈끈한 유대감을 보였다.

지바도민회는 경북출신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매월 한 차례 정기모임을 갖는 등 도쿄도민회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유대 관계가 돈독하다. 오사카도민회 역시 매년 신년회를 열어 회원 간 결속력을 다져나가며 경북도 모국초청 연수 사업 참여 등으로 경북도와 친근감이 남다르다.

교토도민회는 재일동포 학교인 교토국제학교에서는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권혁대·김영철·김영길 부회장이 학교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야구 명문고로 손꼽히는 이 학교는 지난해 제93회 선발 고교야구대회에서 '동해(東海)'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두 번이나 울려 퍼지게 하며 일본 내 적지 않은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앞서 재일본경북도민회는 경북도청 신청사 준공 기념조형물인 '망월(望月)'을 제작해 기증했다.

◆在日, 영원한 이방인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인 일본에 정착을 시도한 이민 1세대는 단순노동자나 농림업 등 블루칼라의 비중이 높았지만, 이후 세대는 일본 경제의 흐름을 타고 중소기업의 경영자로서 성공을 거둔 구중산층과 대학을 나와 일본기업에 채용되는 신중산층, 뉴커머(신정주자)가 늘면서 관리직과 사무직, 판매업, 서비스업 등 화이트칼라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오사카경북도민회 전 회장인 박재길(78) 이하라공업 대표를 만나기 위해 효고현 야오시에 있는 공장을 직접 찾아갔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누추한 이곳까지 방문해 줘서 감사하다"며 고향 경북에서 자신을 찾아온 손주 같은 청년들을 반갑게 맞았다.

박 대표는 "부친이 19세가 되던 해(1928년)에 생계를 위해 일본에 온 후 이렇게 생활하며 재일 조선인 2세가 됐다"고 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손수 기계들을 작동하며 공장에 대해 설명한 뒤 자리를 옮겨 일본에서의 생활사를 들려줬다.

고향이 청도인 박 대표는 "강해지기 위해, 생계를 위해 권투를 배웠지만 돌이켜 보니 정말 필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멸시받기 싫어 권투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생계를 위해 권투를 계속했다"고 한다. 일종의 '스파링' 역할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떠한 핑계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라는 단어를 몸에 달고 다닌 결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사람이 도와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게 현재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오사카도민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홍·김일룡 오사카도민회 부회장 역시 녹록하지 않았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고향에서 온 청년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고향의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와서 너무 기분이 좋고, 바로 눈앞에 내 고향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전 세대의 생애사도 중요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일본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열심히 노력해 행복을 쟁취하길 바란다"는 따뜻한 말을 전했다. 글·사진=오사카에서 장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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