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비거니즘, 채식주의 식습관 치부 '비거니즘'의 모든 것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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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  수정 2022-11-25 07:22  |  발행일 2022-11-25 제14면
먹는 방식에 축소된 사회운동
가장 포괄적·이론적으로 다뤄
휴머니즘 등 다양한 연구 기반
하나의 학문 '비건학'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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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_표지
에바 하이파 지로 지음 / 장한라 옮김/ 호밀밭/448쪽/2만2천원

동물해방과 생명, 생태에 관심이 커지면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도 비거니즘의 대세를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육식이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만큼 육식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주의'로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비거니즘은 식습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비거니즘을 '먹는 방식'으로만 축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비거니즘의 대중화가 지닌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식습관 그 이상'으로서의 긴 역사를 지닌 사회운동을 '그저' 식습관으로 축소해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업화 과정은 인간과 동물 관계에 관한 폭넓은 질문을 단절시킬 뿐이다. 비거니즘과 다른 사회정의 사안들 사이의 연결점도 잘라버린다. 이로 인해 비거니즘을 단순히 동물을 먹는 문제로 축소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등장한 비거니즘 문화를 가장 포괄적이면서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다룬다. 음식부터 정치, 경제, 환경, 윤리까지 식습관을 넘어선 비거니즘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저자는 책에서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비건학'을 주장한다. 특히 정체성, 지역 정치, 액티비즘, 동물 지리학, 에코 페미니즘, 포스트 휴머니즘, 인종이론 및 신물질주의 등 다양한 연구에 기반해 비거니즘이 식단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조리법부터 펑크 미학, SNS 캠페인 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비거니즘의 급진적 잠재력이 상업화 때문에 어떻게 복잡해지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동시에 비거니즘을 급진적인 사회운동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어떤 개념을 복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상상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비판에 맞서 비건 실천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깔끔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비거니즘이 제기하는 정치·윤리적인 사안들을 동시대 역사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비거니즘을 식문화의 한 형태로 파악하려면, 역설적으로 비거니즘을 '식습관 그 이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거니즘이 음식을 넘어서 동물 윤리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가 아니라, 비거니즘이 기존의 인간-동물 관계를 비판하는 폭넓은 윤리적 함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비거니즘과 관련한 기존 학계, 활동주의, 윤리적 논쟁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비거니즘이 사회적·환경적 불평등과 관계 맺는 지속적인 방식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비건 실천방식 속 '그 이상'과 '고작'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접근한다. 또 '세이브 무브먼트(Save Movement)' '애니멀 리벨리언(Animal Rebellion)' '반-맥도날드 시위' 등의 활동주의적 실천에서 윤리적 복잡성이 드러난 몇몇 기존 방식을 살펴보며 그것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도 들여다본다. 동물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룬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가장 시급한 관심사인 식습관 그 이상이 되고자 하는 비거니즘의 분투가, 주류가 되면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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