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남일보 문학상] 심사평 "청년의 패기에 창의성·실험성 융합 시도 돋보여"

  • 이인화 소설가 ·우광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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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2 08:27  |  수정 2023-01-02 08:34  |  발행일 2023-01-02 제27면

우광훈_소설가

2023년 영남일보 문학상(신춘문예) 소설 본심에는 높은 완성도와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 좋은 작품들이 올라왔다.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상상력과 유장한 서사 구성력을 겸비한 작품이 많았다. 본심 위원들은 총 8편의 예심 통과작을 읽고 만나서 당선작에 대해 토론한 뒤 다시 읽어보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였다. 재독한 뒤 의견을 피력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쳤다.

'무릉천 피크닉'은 마르케스 소설을 보는 듯한 민담형 서사 구조의 축제담 이야기였다. 허풍쟁이, 바보, 가혼 악기 등 상징들과 캐릭터들의 친화력이 돋보였으나 용감한 바보의 황당함이라는 한 가지 주제의 에피소드가 반복되고 형사 출현의 반전이 너무 급작스러운게 약점이었다.

'이젤의 항해'는 서로에게 도플갱어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의 필연성을 통과해가는 이야기이다. 이젤, 요트 항해, 소파, 병원 응급실 옆 원룸 등 여러 가지 상징과 이미지들을 정교한 필력으로 묘사했다. 안정된 구성과 담담하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돋보였으나 이미 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모티프들의 반복과 감동이 미약한 결말은 약점이었다.

'NIRVANA'는 사후 세계에 위치한 화자의 관점으로 눈앞의 생에 대해 느끼는 패배감을 참신한 해석으로 펼쳐 보인 관념소설이었다. 사건도 인물도 죽고 관념만이 살아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의 중심을 끝까지 잃지 않은 미덕이 있었다. 그러나 파격적인 문장들에도 불구하고 관념이 결국 종교적인 성찰 안에 포회됨으로써 문학적 관념으로서의 자립성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본심 위원은 이상의 세 작품을 놓고 토론한 끝에 자기 자신의 죽음을 조상하는 자만시(自晩詩)의 전통적인 형식에 신춘문예다운 문학청년성의 패기, 창의성과 실험성을 융합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NIRVANA'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그 밖에도 다른 작품들 역시 예년에 비해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어 심사자들을 기쁘게 했다. 당선작의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응모작들의 수준이 높고 팽팽했다. 진지한 작가의식과 노력으로 공모에 최선을 다해준 응모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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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소설가 ·우광훈 소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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