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대구의 뿌리' 달성토성...동물원 옮겨갈 대공원 조성 늦어져 토성 복원 밑그림에 주력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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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6 06:54  |  수정 2023-01-16 08:06  |  발행일 2023-01-16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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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삼국시대 대구인(人)들이 쌓아 올린 달성토성은 일제강점기 일본 신사가 들어서면서 훼손된 뒤 1970년 동물공원으로 변질됐다. '달성'이 처음으로 언급된 삼국사기 기록(오른쪽).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포럼 자료〉

대구시민은 달성공원과 얽힌 추억을 저마다 하나둘 가지고 산다. 225㎝의 큰 키로 달성공원을 27년간 지켜왔던 '키다리 아저씨' 고(故) 류기성씨,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필수 소풍 장소, 정문 앞에 진 치던 약장수와 야바위꾼, 지금도 동트기 전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시장 등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키워드다. 달성공원 역사는 고작 54년(1969년 개원)이지만, 사실 이곳은 대구의 2천년 역사를 간직한 달구벌의 본향 '달성토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가 대구의 지리적·정신적 뿌리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동물원에 가려 빛바랜 달성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영화 교남문화유산 대표는 "달성은 대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가장 오래된 유적이자 대구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대구시와 학계, 시민단체에서도 토성을 통해 대구의 역사성과 정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벽 아래서 선사 유물 발견돼
문헌상으로 삼국사기 첫 언급
일제땐 신사 세워져 강제참배
대한광복회 결성 성지이기도
공원 개원 후 동물원도 들어서

대구시, 2018년 복원계획 수립
작년엔 정밀 지표조사 진행도
올해 기본계획 보완 들어갈 듯
토성 연계한 달서천·해자 복원
2027년까지 국비 확보 계획만


◆대구의 모태 '2천년 역사'

문헌상으로 달성은 삼국사기에 처음 언급되지만 청동기시대 이래 대구 중심 세력의 집단 생활근거지였다. 이들은 낮은 구릉을 이용해 성벽을 쌓고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아래에서 초기 철기시대의 조개더미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지방 중심세력이 성장해 초기적 국가 형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고려 중엽에는 달성서씨 세거지였지만 조선 세종 때 이곳이 관아의 부지로 결정되면서 달성서씨 종손인 구계 서침 선생이 땅을 헌납했다. 임진왜란 중 경상감영이 설치됐지만 정유재란 때 불탔다고 한다.

일제는 1905년 달성토성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어 1906년 황궁요배전, 1915년 신사를 세웠다. 대구의 모태인 이곳은 황국신민화 정책 선전장으로 변질됐고, 대구경북민은 강제로 참배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가 하면 독립운동의 성지이기도 했다. 1915년 8월25일 달성토성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는 1920년대 의열단, 1930년대 한인애국단으로 계승됐다. 신사는 1966년이 되어서야 철거됐으며, 대구시는 내부 현대화 작업 등을 거쳐 1969년 달성공원으로 개원했다. 1970년에는 동물원을 개장했다.

◆복원 시작은 '동물원 이전'

동물원을 이전하고 '사적지'로서의 달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토성 유적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물을 옮길 장소와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영남일보 과거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1997년 수성구 고산동 대구대공원으로 동물원을 옮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2000년 1월 수성구 대구대공원 구름골 68만5천㎡에 1천832억원을 들여 11만3천㎡ 규모의 새 동물원을 조성하고 달성공원 동물원을 옮긴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민간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10여 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었다.

그럼에도 대구시의 달성토성 복원 추진은 계속됐다. 2010년 1월 달성토성 정비복원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5년간 국·시비를 포함해 총 100억원을 들여 동물원을 이전하고, 사육사·향토역사관·정문을 철거한 뒤 성벽을 복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구시는 그해 문화체육관광부가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을 공모하자 '달성토성을 2010~2013년에 복원하겠다'며 응모해 선정됐다. 대구시는 총예산 172억원 가운데 120억원을 국비로 확보했고, 문체부는 동물원 이전을 전제로 2010~2012년 92억원의 예산을 대구시에 지원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동물원 이전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꼬여버렸고 결국 92억원을 반납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20년 넘게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업은 대구시가 2017년 5월 대구대공원지구 공영개발 추진 방침을 밝히고 동물원 이전을 공식화함에 따라 실마리가 풀렸다. 2018년 대구시는 '대구 달성 보존·활용을 위한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내놨으며, 이듬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초 2023년 준공 목표로 추진해 온 대구대공원 조성사업도 예상만큼 진척되지 않으면서 현재 달성토성의 본격적 복원 시점도 늦춰진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그동안 토성 복원 밑그림을 그리고 발굴조사 등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해 8월 '도시계획시설(대구대공원) 사업 실시계획 변경' 고시를 내고 준공 예정일을 2026년 6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준공일에 다가선 시점이 돼서야 달성공원 내 동물이 터전을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아직 보상이 덜 끝났고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다"면서도 "아파트를 다 짓고 벽지를 바르고 전기가 들어온 후에야 주민이 입주할 수 있는 것처럼 대구대공원 역시 안전 및 거주 여건이 확보된 뒤라야 동물이 들어와 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달성토성은 어떻게 복원될까

대구시는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0년 기록화 사업을 통해 동물사 철거에 대비한 기초도면을 작성했다. 지난해에는 정밀 지표조사와 지표투과레이더(GPR) 기법을 이용한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달성 내 서쪽 일원 일제강점기 대구신사와 관련한 건물 배치양상과 규모 등이 명확히 확인됐다. 또 그 이전으로 볼 수 있는 기단석열의 흔적 등도 확인됐으며, 이는 신사 건립 이전 건물과 관련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사적 지정범위 바깥까지 매장 문화재 유존 범위를 확대해 주변에서 확인될 수 있는 유구 및 해자 등의 보존·조사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올해는 2018년 계획을 보완하는 용역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2024~2025년에는 결과들을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학술 발굴 등을 진행한다. 발굴 자료들은 향후 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해 만들 역사관의 전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달성 내 '일제 잔재' 청산은 해묵은 논쟁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신사는 이미 철거됐는데, 이 역시 역사의 일부분이므로 달성토성 긴 역사의 스토리텔링에 들어가야 할 부분"이라며 "지표 조사를 통해선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건축에 사용한 화강석이나 부재 등이 남아 있다는 것 정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최근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달성토성 내 식물 280종, 곤충 104종, 야생조류 10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만큼 생물다양성 보전을 고려하는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달성토성 복원과 연계한 복개 달서천 3.4㎞ 구간 및 방어용 못 '해자(垓子)' 복원 사업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구시는 2027년까지 2천2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단 후퇴'했다. 대구시 수변개발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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