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요즘 덕담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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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1  |  수정 2023-01-31 06:44  |  발행일 2023-01-31 제23면

새해를 맞아 인사를 나누면서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이 덕담이다. 주로 어른이 젊은이에게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과하면 잔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 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 친구를 만나 "올해는 결혼해야지"라고 덕담 삼아 인사를 했더니 "상대방을 소개해 주고 결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냥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자식을 낳으라는 소리도 그냥 하면 안 된다. 양육에는 돈이 필요하니 적어도 1천만원 이상은 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예전 덕담처럼 하던 말이 이제는 현실을 고려해 발품 팔아 배우자감을 소개하거나 양육 부담이 덜하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자식이나 가족에게 명절 결혼 이야기는 금기어가 됐다. 오죽하면 결혼 이야기가 듣기 싫어 설이나 추석에 고향을 외면하는 젊은이들까지 생겼을까. 그들의 처지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에 대한 의미가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지역 곳곳이 '소멸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어른들의 덕담을 듣고 쉽게 결혼할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긴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없는 희망 사항일 뿐이고 정부나 자치단체 등에서 짜내는 온갖 묘수도 그리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방송에서는 혼자 사는 삶이 편하고 재미있다는 내용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나라 전체가 결혼과 출산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줘도 부족한 형편에 이러한 방송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나만의 꼰대적 생각일까.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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