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코로나19와 마약 중독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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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7 07:31  |  수정 2023-02-07 07:32  |  발행일 2023-02-07 제16면
팬데믹 여파 경기침체·실업률 증가
마약류 불법 경작 확산으로 이어져
고립상황, 중독에 빠지는 주요 원인
관심·배려로 사회적관계 회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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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2019년 말미에 시작되어 3년 이상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19가 이제 거의 엔데믹(endemic)의 단계로 접어들어 서서히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는 추세다. 인류의 모든 생활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바이러스이기에 앞으로도 관련 연구와 분석이 꾸준히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는데, 마약류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중독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약 관련 동향은 2020년 초기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마약류 생산, 유통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 곧 평년치를 회복하거나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약류 생산지에 대한 접근이 제한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상황이 곧 또 다른 경로를 이용한 생산, 유통과정으로 대체되며 마약 시장이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팬데믹의 영향으로 각국의 여행 제한, 국경통제 강화, 민간여객기 운행감소가 일어나자 개인전용기나 해상을 이용한 밀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특히 밀수화물 선적의 빈도수는 낮아졌으나 화물의 크기는 대형화되는 추세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실업률 증가는 마약류 불법경작의 확산으로 이어지며 불평등, 가난이 심화함에 따라 약물 남용, 중독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여러모로 마약중독으로 인한 전 세계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많은 업무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여러 명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피하다 보니 개개인이 홀로 고립되는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했는데 이 또한 중독문제가 심화하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고립상황은 종류에 상관없이 중독에 빠져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이미 중독문제를 겪고 있던 사람의 경우 그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은 바이러스 유행 초기부터 우려했었던 일인데 결국 지나친 기우가 아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체 마약류 사용자의 증가와 함께 젊은 층의 마약류 사용자가 급증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보더라도 젊은 층 사용자의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많아 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중독 심화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법도 찾을 수 있으므로 함께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교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데 대부분의 마약류 중독자가 제대로 된 교육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호소할 때면 안타까움이 더욱 커진다. 연령,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예방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며 특별히 우려되는 젊은 층의 사용자 급증을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철저한 예방교육과 함께 부모, 교사 대상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약물 등으로 인한 중독이 심한 상태에서도 그 사람의 사회적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유지된다면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히 입증되고 있다.

결국 서로의 관심과 배려, 응원이 중독문제를 예방하고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중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부터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하며 다른 많은 사회적 문제가 그렇듯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보다 쉽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우리에게는 아직 마약류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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