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일 병원장 인터뷰 "외과전문의 인력 확보…촌각 다투는 수술 곧바로 가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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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4 08:11  |  수정 2023-02-14 08:12  |  발행일 2023-02-14 제17면

구자일병원장(30년사사진)

"장폐색, 복막염, 장파열 등 촌각을 다투는 수술은 그 어떤 수술보다 시간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학병원 응급실의 경우 당직하는 수련의가 1차적으로 본 이후 필요하면 당직교수에게 연락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외과 수술을 많이 하는 종합병원 내 응급실은 전문의가 곧바로 환자를 보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고통을 참고 기다리지 않아 좋고,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곧바로 수술할 수 있어 예후가 좋으니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거죠."

'상급종합병원보다 외과 전문의가 많은 종합병원 응급실의 장점'에 대해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은 13일 이렇게 말했다.

구 병원장은 "저희 병원에서는 대학병원 교수 수준의 경험과 실력을 갖춘 외과 전문의가 15명이 있고, 야간이나 공휴일 등 언제든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당직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인력 운영 구조상 아직 배우고 있는 의사인 수련의들이 환자를 보게 된다"며 "그런 만큼 촌각을 다투는 수술의 경우는 외과전문의가 확보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 내 교수 등 의료진의 실력은 뛰어나고, 의료진도 종합병원보다 풍부하다. 하지만 이들은 고난위도 질환 등 아주 다루기 힘든 전문분야를 맡아 진료와 수술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당직교수의 전공분야와 다른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오면 난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물론 기본적인 부분은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그런 수술을 거의 매일 하고 있는 종합병원 외과 전문의들보다 무조건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외과시스템은 질환별로 위장관외과,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유방갑상선외과, 이식혈관외과, 소아외과로 분과가 되어 있다. 그런 탓에 유방갑상선외과,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야간, 공휴일에 복부외과 응급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복부외과 응급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게 구 병원장의 설명이다.

그가 이렇게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까지 언급하며 종합병원 응급실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2010년 대구의 4살 난 여자 아이가 대구지역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장중첩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병원장은 "장중첩을 포함해 제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으면 충분히 구할 수 있다. 그런데 2010년 당시는 그러지 못했고, 소중한 한 생명을 잃었다"며"그런 만큼 대학병원은 암 등 고난위도 수술을, 외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외과적 수술을 맡게 되면 2010년 같은 사건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종합병원 내에서도 가능한 수술까지 해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학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수술일정까지 길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구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때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환자들의 선택"이라며 "구병원은 30여 년전 외과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하겠다는 생각에 개원했고, 지금까지 '빠르고 확실한 수술만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술실을 지키고 있고, '내 집 같은 병원, 가족 같은 의료인'을 원훈으로 고객인 환자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구병원은 대한외과학회와 의료관련 전문지 등이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 필수의료 책임지는 지방 외과병원을 가다' 프로젝트에서 소개된 전국 3개 병원으로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선택을 받았다. 이 기획을 위해 구병원을 찾았던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전 이사장은 "지역 필수·응급 의료를 책임지고 있어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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