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푸틴의 오판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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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1  |  수정 2023-03-01 06:41  |  발행일 2023-03-01 제27면

푸틴은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952년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나치 독일의 잔혹한 레닌그라드 봉쇄 작전으로 대부분 죽거나 다쳤다. 어린 푸틴은 불행했다. 쥐가 득실대는 공동주택에서 살았고 체구도 작았다. 또래에게 수시로 얻어맞는 동네 '왕따'였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싸움의 기술을 터득해 '한주먹' 하는 비행청소년으로 컸다. 이에 관해 푸틴은 자기 싸움의 비결을 자랑스레 술회한 적도 있는데, 속된 말로 '선빵'이었다.

사실 선빵은 특별할 게 없다. 누구나 아는 흔한 싸움 기술이다. 하지만 푸틴에게 선빵은 길거리 싸움 차원을 넘어 인생 모토가 됐다. 유용한 권력 쟁취 수단이었다. 아마 KGB 요원 시절에 제대로 갈고 닦았을 터. 지금까진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20년 넘게 권좌를 유지하는 데는 선빵 비기(秘技)가 한몫했다. 알다시피 그는 권력에 위협이 될 만한 정적과 언론인들을 일찌감치 죽여 없애지 않았나. 그는 이쯤에서 만족하지 않고 종신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아마도 그 길에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들 역시 미리미리 제거하려 할 것이다.

푸틴의 정신세계를 봤을 때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는 '위대한 러시아'를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속내는 자신이 제정러시아의 위대한 황제가 되고픈 것이다. 이 같은 망상은 오판을 부르기 마련이다. 푸틴이 3일 만에 끝낼 줄 알았던 전쟁이 벌써 1년도 넘었다. 이 비극의 결말은 푸틴 자신과 러시아의 몰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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