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도자의 음식 기호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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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9 06:43  |  수정 2023-03-09 06:54  |  발행일 2023-03-09 제23면

고금(古今)의 국가 지도자들은 어떤 음식을 즐겼을까. 현군인 세종 임금은 고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매끼 고기반찬이 수라상에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았다. 식성이 그런데도 운동엔 취미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상왕 태종이 보위에 오른 아들 세종에게 "살 좀 빼시게"라고까지 잔소리를 했을까. 그는 당뇨 후유증으로 시력이 나빠져 평생을 고생했다. 반면 조선 최장수 왕인 영조는 채소를 베이스로 한 '탕평채'를 좋아했다. 미나리·청포묵 등을 섞은 음식이다. 자신이 이름을 붙였다. 치적인 '탕평책'을 상징한다고 해서. 역대 대통령의 입맛도 제각각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끓여준 북어 현미 떡국을 경무대 식단 가운데 최고로 꼽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최애 음식은 비름나물 요리였다. 없이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장관들에게도 권했다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주지하듯 '칼국수 전도사'였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미향(味鄕) 전라도 출신답게 홍어 요리를 사랑했다. 검사 시절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다는 현 윤석열 대통령은 소문난 김치찌개·된장찌개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는 음식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 부부의 음식 주문을 놓고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색 논란이 벌어졌다. 부부가 식당에서 나란히 같은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기 때문이란다. 논란의 골자는 '부부·연인이 외식 때 상대와 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사항'이라는 것. 문화 차이라고 하지만 '대통령 식사 스타일'까지 입을 대는 미국인의 엉뚱하고 과도한 관심이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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