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착각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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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0  |  수정 2023-03-20 06:54  |  발행일 2023-03-20 제27면

중년의 한 남편이 아내의 귀가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나 청각이 안 좋은지를 시험해 봤다. 그는 산책길에 아내를 10m가량 앞서 걷게 하고 뒤에서 "내 말 들려"라고 소리쳤다.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5m, 3m, 1m까지 간격을 좁히며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아내의 귀에 바짝 대고 "이제는 내 말이 들려"라고 물었다. 아내는 짜증 난 듯이 말했다. "들린다고 몇 번이나 대답했잖아!"

자신의 청각장애를 모르는 이 남편처럼 우리도 무지와 착각 속에서 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죽하면 예수가 "형제의 눈 속에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의 대들보는 왜 못 보느냐"고 했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존심이 셀수록 더 그렇다. 특히 조그마한 성공이라도 거둔 사람은 자신이 다 알고,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깊은 성찰이 없다면 죽기 전까지 아집과 미몽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사람은 저마다의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편견과 착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드물지만 색안경을 벗고 가려진 실체를 보는 사람이 있다. 깨달은 사람, 성자(聖者)라고 한다. 그들이 설파하는 인간의 가장 큰 착각이 있다. 내가 몸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고통은 여기서 비롯된다. 벗어날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몸은 내 뜻과 상관없이 늙고 병들고 결국 소멸한다. 내 맘대로 못하는 것을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성자들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인간이 육체가 아닌 영적 존재(참나)임을 알라는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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