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배구조 격랑속으로-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사퇴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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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11:45  |  수정 2023-03-28 07:37  |  발행일 2023-03-28 제12면
정치적 외풍에 소유분산기업 KT 차기 CEO 번번이 좌절
31일 주총서도 대표이사 선임건 배제
정치권 개입 도 넘었다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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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대표이사 후보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하면서 KT지배체제가 격랑에 휩싸였다. 정치적 외풍이 작용하면서 자칫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T는 윤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KT 측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이사회 추천을 받아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날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안건에 상정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제외한다고 공시했다.


대표 선임절차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정치 외풍'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구현모 현 대표이사 연임이 결정됐으나 여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윤 후보가 낙점됐으나, 국민의힘 소속 국회 상임위원들이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이사진들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난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안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요청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불참 △자사주로 다른 회사와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 수용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새로운 사외이사들도 추천했지만 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사퇴하고 말했다. 설상가상 검찰 내사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윤후보는 더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 움직임을 보였고, 2대 주주인 현대차 그룹도 대주주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대표이사 선임 건의 주총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결국 후보 선출 20일 만에 윤 후보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했다.


KT는 경영 안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윤 후보 사퇴에 따른 사후 대응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윤 후보 사퇴로 주총 이후 누가 대표이사 직무 대리를 맡을 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KT이사회가 CEO 견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정치권 낙하산이 와야 할 이유는 전혀 아니다"라며 " 통신전문가를 선임하는 게 국민기업 KT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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