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문학기행 '잉꼬부부' 알고 보니 남편은 시각장애인 문학박사

  • 박태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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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8 11:29  |  수정 2023-04-19 08:16  |  발행일 2023-04-19 제24면
김경흠씨, 시각장애 딛고 문학박사 학위 취득
부인 윤인실씨, 남편 박사과정 마치도록 도와
현재 광명학교, 보건학교서 부부교사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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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로 문학기행을 떠난 김형흠·윤인실씨 부부가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8일 옥색 바닷물이 있는 여수 낭도 둘레를 걷는 일단의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한 부부가 있었다. 팔짱을 꼭 끼고 걷는 부부였다. 단체로 함께 온 사람들은 대구에서 봄 문학기행을 온 문인협회 회원들로, 부부동반 모임이 아니었기에 이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회원들은 뒤늦게 남편이 시각장애인임을 알고 놀랐다. 아동문학 평론가이며 문학박사라는 전언에 감탄사를 터뜨리기도 했다.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은 주인공은 김경흠(58·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였다.
 

그의 고향은 원래 대전이었다. 6살 때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여, 놀란 부모님들이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쫓아다녔다. 김천의 한 할머니가 침으로 눈을 잘 치료한다는 말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 됐다. 4개월여 동안 하루 1~2번 눈에 침을 찔러 피를 빼는 민간요법을 했다고 한다. 의료지식이 어두운 시기였다. 결국 김 박사는 실명하게 됐다.
 

한동안 좌절했으나 부모의 긍정적 사고를 물려받은 김 박사는 어려운 여건를 딛고 공부에 매진했다. 당시 대전의 특수학교에는 상급과정(고등부)이 없어, 대구로 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단국대를 졸업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윤인실(52)씨로 당시 대구대 특수교육과 학생이었다. 처가에서 딸의 결혼 결정을 존중했고, 30대 초반에 결혼식을 올렸다. 부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인은 일일이 자료를 찾아주고, 점자 만드는 과정을 도왔다.
 

김 박사는 지난 1999년 아동문학 평론으로 등단했다. 2021년에는 '강소천 아동문학 서정미학'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학회 이사와 한국아동문인협회 이사를 겸하면서 대구 문인협회 평론분과 위원장으로 활약 중이다. 김 박사는 대구광명학교, 부인 윤씨는 대구보건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박사는 낭도 여행의 소감에 대해 "문학인들과의 만남에 설레임이 있다"며 "바닷가의 바람 소리·물소리·새소리와 아내의 설명으로 모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희망을 묻는 질문에는 "몇 년 지나 퇴직 후 문학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항상 밝게 웃는 부인 덕분인지 김 박사의 얼굴에는 시각장애로 인한 그늘이 없다. 부부가 바닷가를 꼭 붙어 걷는 모습에 회원들이 연신 "보기 좋다"고 말했다. 참 아름다운 잉꼬부부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kaka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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