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범강이엔지 윤삼걸 대표…40년 기름냄새 맡으며 체득한 기술, 어린이보호車 발명품에 녹였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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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1  |  수정 2023-04-21 07:29  |  발행일 2023-04-21 제35면
우연찮게 만든 '승합차용 자동발판' 제품부터

'車 주변 360도 한눈에' 세이프티뷰까지 개발

주력제품 외 수중랜턴·해양잠수장비도 인기

국내외 특허·디자인권 등 50여개 보유 '화제'

미출시 제품까지 포함하면 100개 물건 고안

끊임없는 노력으로 '청송 발명왕'으로 불려

청송 범강이엔지 윤삼걸 대표…40년 기름냄새 맡으며 체득한 기술, 어린이보호車 발명품에 녹였다
윤삼걸 범강이엔지 대표가 최근 울산소방서와의 직무발명을 통해 개발한 '바이패스 관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패스 관창은 소방호스 길이 연장 시 물 중단 없이 소방호스 연결이 가능해 신속한 화재진압 대응이 가능하다.

"어린이 통학차량에 기사나 보호자가 있어도 어느 순간 아이들이 차량 주변을 지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많습니다. '세이프티뷰'가 있으면 이런 상황에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거죠."

봄 내음이 겨울 냉기를 몰아내고 있던 4월 초 경북 청송군 청송읍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사를 마치자마자 범강이엔지 윤삼걸(61) 대표는 기자에게 숨 쉴 틈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품질의 우수성과 탁월함 그리고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영락없는 '쟁이'의 냄새가 풍겼다. '발명쟁이'의 냄새였다.

1998년 고향 청송에서 창업한 그는 30대 초반까지는 기술개발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일했다. 우연찮게 어린이승합차용 자동발판을 만들었다가 당시 어린이보호차량 안전 의무화에 힘입어 본격적인 기술개발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당시에 대리점을 하자고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면서 "심지어 자동차 대기업과도 납품계약을 하면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며 웃었다.

청송 범강이엔지 윤삼걸 대표…40년 기름냄새 맡으며 체득한 기술, 어린이보호車 발명품에 녹였다
범강이엔지가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수중 플래시와 소방관창, 수중 배터리 모습.
청송 범강이엔지 윤삼걸 대표…40년 기름냄새 맡으며 체득한 기술, 어린이보호車 발명품에 녹였다
윤삼걸 대표가 개발한 차량 안전 제품인 '세이프티뷰' 시제품. 어린이안전차량이나 소방차 등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강은 어린이승합차용 자동발판뿐만 아니라 차 안에 아이가 남아 있는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다. 시동을 끄고 난 뒤에 앞에서부터 뒤쪽까지 전 시트에 어린이들이 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해 무선으로 전송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현장형 발명가다. 신제품 개발 능력 그리고 제품의 성공 여부와 학력은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기름 냄새 나는 공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개발을 이뤄냈다. 그에겐 생산현장이 '창업대학'이요, 기술연구소인 셈이다.

"젊은 시절 일하면서 기술을 체득한 게 창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책을 펴놓고 씨름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기계를 다루고 기름 냄새를 맡으며 40년간 몸으로 익힌 게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 것이죠."

하지만 처음 잘나가던 사업이 뜻밖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납품계약 이행을 위해 대출을 받아 제조시설을 들여놨지만 오더가 기약 없이 밀리면서 회사 운영이 어려운 지경까지 가기도 했다.

윤 대표는 "제품 1개를 설치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청송에서 목포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면서 "인건비를 줄이려 집사람과 함께 트럭에서 밥을 먹으면서 일하던 시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때 납품사업의 위험성을 깨닫고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여러 제품에 도전했다.

당시까지 주력사업이던 어린이보호차량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온열조끼나 수중랜턴 등 해양잠수장비, 자동차부품 등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청송 범강이엔지 윤삼걸 대표…40년 기름냄새 맡으며 체득한 기술, 어린이보호車 발명품에 녹였다
1998년 범강이엔지를 창업한 윤삼걸 대표가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50여 개의 국내특허와 국제특허, 실용신안증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삼걸 대표는 이 같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1999년 경북도 신지식인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증도 받았다.

또 조선대 스포츠산업 창업지원센터와 산학공동연구를 통해 스포츠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야외용 근력측정기의 공동개발을 통해 스포츠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근력측정기 이외에도 또 다른 개발품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생활체육공원과 산책로, 고속도로 휴게소, 경로당,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설치·운영이 가능해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스포츠용품 제작과 더불어 세이프티뷰도 이 시기에 나왔다. 세이프티뷰는 마치 하늘에서 자동차를 내려보는 것처럼 자동차 주변의 360도 모든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첨단 안전주행시스템이다. 4대의 고성능 광각 카메라가 차량에 장착되어 어두운 야간 및 터널 내에서도 화질이 자동으로 조정되어 선명한 완전 3D 고화질로 차 주변을 실시간으로 터치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어린이 보호차량에서의 하차 미확인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세이프티뷰를 전국의 교육청 및 유치원, 어린이 대상 학원 등에 공급해 한때 연 10억여 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대한 윤 대표의 땀이 배어 있다. 국내특허와 국제특허, 디자인권, 실용신안 등 5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범강이엔지가 위기를 벗어난 이후에도 윤 대표의 R&D와 신제품 출시는 이어졌다. 기술력이 재기의 발판이 됐던 점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술투자와 신제품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윤 대표는 "25년간 개발한 아이디어는 제품화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족히 100가지는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범강이엔지와 거래했던 많은 사람이 윤 대표에게 '청송 발명왕'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다.

당연히 개발한 제품마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회심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라진 제품도 있었다.

그렇다면 발명왕의 성공률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10% 정도는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세이프티뷰나 어린이승합차용 안전 발판뿐만 아니라 선박자동리프트나 수중플래시 'ZeroBeam' 등은 외국에서도 찾아와 판매계약을 맺고 싶어 하는 제품들이다.

최근 윤 대표는 이 같은 수중방수 기술력을 활용한 수중 자동톱을 연구 개발해 양산 단계에 도착했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누구나 수중에서 폐그물을 손쉽게 자를 수 있다.

그동안 폐그물은 각 어구나 항구의 골칫거리였다. 폐그물이 선박의 추진기에 말려들어 선박 엔진을 고장 내거나 정지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를 운항하는 여객선이나 어선들이 폐그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소형 어선의 경우 큰 비용을 들여 전문 잠수부를 불러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수중 자동톱이 해결할 수 있다.

"선박리프트나 수중플래시, 수중난방조끼 등 기존 제품으로 방수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소방호수 관창도 윤 대표가 기대하고 있는 신제품이다. 울산소방청의 업무발명 의뢰로 만든 착한 소방관창 보호대는 기존의 스프링이 아닌 자기장을 활용해 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소방호수의 관창은 화재진압의 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창을 빠르고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제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계속해서 노력한다고 경북도 신지식인과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증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라면서 "인증을 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수중 방수기술과 소방기술 등 기존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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