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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사회부장 |
"지금 지역에서 다 공항 만들겠다는 거거든요. 공항 만들어 놓으면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데, 전에 어딘가요? 무안인가요? 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이 굉장히…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국회의원이 지난 14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바로 전날(13일) '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군공항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동시에 통과하자, 이를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 진행자 김현정씨도 "신공항을 짓는다든지 공항을 옮긴다든지 이런 큰 사업을 하려면 수지타산이 맞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이거 찬찬히 다 뜯어봐라(예비타당성조사)라는 게 있는데 이걸 수월하게 만든 거잖아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울화가 치밀 말들이다. 대구 도심에 주둔한 K2 군공항 전투기 소음을 평생 들으면서 참고 지내고 있는 주민이라면 "너희가 여기서 한번 살아봐라"며 호통을 치고도 남을 법하다.
윤희숙은 서울에서 태어나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명문학군에서 자라나 현재는 서초구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아마 평생을 서울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곳에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1시간 안팎이다.
이런 윤희숙이 대구나 광주에서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최소 3시간 많게는 5시간 이상을 버스나 기차 칸에서 보내야 하는 불편함을 알 리 없다. 이런 윤희숙이 전화 통화는 물론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상상 초월 굉음을 내는 전투기 소음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귀를 막아야 하는 고통을 이해할 리 없다.
공항 특별법에 담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놓고 경제학자라면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날 수도권 일부 언론들도 지방의 신공항 건설에 '재 뿌리기' 버릇이 도졌다. '포퓰리즘 한통속' '퍼주기 예타' '속 보이는 만장일치' '재정준칙 뒷전'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수도권 일극주의'로 인한 병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 게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40%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과연 이게 정상인가. 나라의 불균형 발전은 물론 저출산 문제도 야기하는 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다.
대한민국 물동량의 98%를 인천공항이 담당한다. 만약 인천공항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물류가 마비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으로 인천공항 이착륙이 48분 동안 금지된 일이 있었다. 드론 하나 뜨니 대한민국 하늘길이 봉쇄된 셈이다.
단일 허브공항은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일본(하네다·나리타), 중국(베이징 서우두·상하이 푸둥·홍차오), 영국(히스로·개트윅), 미국(존F케네디·뉴어크리버티·라구아디아) 등은 2~3개 관문 공항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지역에서 국제공항은 이제 단순히 유럽과 미주를 쉽게 오가는 여행길 차원을 넘어선다. '지역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만큼 절박하다.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뚫려야 기업이 오는 세상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제 겨우 신공항 특별법이 마련됐다. 누구든지 또다시 딴지를 건다면 그땐 정말 TK는 물론 '달빛동맹'으로 뭉친 호남사람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진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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