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루틴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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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4 06:40  |  수정 2023-04-24 06:39  |  발행일 2023-04-24 제27면

'배구여제' 김연경은 최근 한 행사에서 "멘털에 위기가 올 땐 '루틴(routine)'을 가져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루틴은 운동선수의 경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습관이나 자기 주문을 일컫는다. 부정적인 징크스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프로야구 삼성에서 코치로 활약 중인 박한이의 현역 시절 루틴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상대 선수의 볼멘소리를 자아낸 그의 타격 전 루틴은 이랬다. 장갑을 고쳐 낀 뒤 땀 닦기, 헬멧을 벗어 다시 쓰면서 이마 밀어 올리기, 다시 헬멧을 고쳐 쓴 뒤 배트로 홈 플레이트 앞 선 긋기 등 순이었다. 하도 뭐라 해서 몇 동작을 빼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방망이가 침묵했다고 한다.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징크스 극복의 비결로 '행운'을 꼽고 있다. 단,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그가 팀 승리를 위해 더그아웃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 습관은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인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 영웅'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항상 오른발로 사이드라인을 밟는 루틴을 갖고 있다. 또 상대 팀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크레이지 모드'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최근까지 EPL 득점왕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얼마 전 부활을 알리는 EPL 100호골을 넣은 뒤 "솔직히 득점왕 압박이 컸다. 최고 레벨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그의 고백처럼 때론 욕심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자신을 압박하는 징크스를 깨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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