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거리, 실용노선 중앙亞 5개국…韓 경제안보 대안 떠올라

  • 구경모,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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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08:17  |  수정 2023-05-31 11:24  |  발행일 2023-05-31 제21면
[영남일보-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 기획] 미증유의 'G 제로' 시대,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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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앙아시아가 한국의 경제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안보는 글로벌 진영화의 심화라는 세계 체제적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을 지닌다. 이처럼 복잡한 셈법 속에서 한국은 그동안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대외정책기조를 통해 실리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글로벌 공급망의 진영화 구도가 심화하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글로벌 공급망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경제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심
한국과 수교 30년, 경제·자원 협력
에너지 공급처·유럽 진출 교두보役
'튀르크 OTS' 연대 강화, 시장 확대
韓, 언어·유전적 동질성도 긍정작용

카자흐스탄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크레믈린〉

◆높아진 협력 가능성

중앙아시아 지역은 일반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위치한 옛 소련의 5개 공화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즈 공화국)을 지칭한다. 이들 국가는 소련 시기 건설된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해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으나, 대부분의 협력이 경제와 자원에 집중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또 '안미경중'에 편중된 한국의 정책과 러시아 영향권에 속한 중앙아시아의 정치경제 상황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전폭적 협력 관계 구축에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의 진영화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강화되고 있는 실리외교 노선은 중앙아시아의 협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선미교수
정선미 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 HK연구교수

◆실용주의 노선 유지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대 지원 요청에 민스크협정을 이유로 거부하는 등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수립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러시아 편에 서지 않았다.

반면 이들 국가는 최근 러시아가 제안한 '3국 가스협력'에 응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즉 정치안보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경계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적 외교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아시아가 최근 실용주의 노선을 보이면서 한국의 대안으로 부상하게 됐다.

◆부존자원 풍부

부존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는 한국의 훌륭한 에너지 공급처가 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는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우라늄, 아연, 크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며, 많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에너지와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의 진영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와중에 중앙아시아는 한국의 대안적 에너지 공급처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견국인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네트워크 구축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했던 카자흐스탄과의 협력은 향후 효과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리적 이점에 주목

또 유라시아의 중앙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물류 허브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자국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유라시아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물류·산업·에너지·산업 인프라를 개발하는 '누를리 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항공 물류 허브를 목표로 철도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나보이 국제공항 건설을 대한항공과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 중이며,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주요 협력국으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CKD·SKD'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해 주변 국가들로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다.

◆OTS를 통한 한-중앙아 협력 방안 모색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튀르크'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2009년 튀르크어족이라는 언어적 동질성을 중심으로 한 '튀르크어 국가 협력 평의회(이하 튀르크 평의회)'가 결성됐다. 당시 이 기구는 튀르크 국가 간 포괄적 협력을 목표로 설립됐으나, 하위 기구로 튀르크 문화국제기구, 튀르크 아카데미, 튀르크 문화유산재단 등을 운영하면서 문화와 정체성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그러나 2021년 튀르크 평의회가 '튀르크 국가기구(이하 OTS)'로 재탄생하면서 협력의 범위와 내용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OTS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즈 공화국·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등 튀르크 정체성을 지닌 국가를 회원국으로, 회원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OTS는 이를 위해 회원국 간 완전한 무역 통합, 단일 투자 공간 구축, 디지털 통합 실현, 운송 및 에너지 연결성 강화 등을 핵심 목표로 하는 '튀르크 세계 비전 2040'을 채택하면서 튀르크 국가의 발전 및 통합에 대한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민족·문화적 동질성 활용해야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언어적, 유전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진영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안보와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와 개별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OTS와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선미 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국가전략사업단 HK연구교수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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