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스쿤의 돌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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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8  |  수정 2023-05-08 06:59  |  발행일 2023-05-08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스쿤의 돌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그저께 영국에서는 찰스 3세의 화려한 대관식이 있었다. 모든 것이 화려했지만 국왕이 대관할 때 앉은 나무 의자는 초라해 보였다. 바닥과 팔걸이만 우단을 댔을 뿐 등받이에는 낙서도 가득했다. 이 의자는 700년 동안 영국 국왕이 대관할 때 앉았던 이른바 대관식 의자다. 그것이 신성한 것은 그 밑에 들어 있는 장방형의 돌 때문이다. '스쿤의 돌'이라 불리는 이 돌은 구약성서의 야곱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꿈을 꾸었을 때 베고 잤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스코틀랜드의 스쿤 사원에 있었으며 스코틀랜드의 역대 왕들은 이 돌 위에서 대관을 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1세가 1296년에 이 돌을 탈취하여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두고 그 위에 대관식용 나무 의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 초라한 의자다. 1914년엔 그 돌 밑에서 폭탄이 터졌고 1950년엔 스코틀랜드의 대학생들이 그 돌을 몰래 스코틀랜드의 한 수도원에 가져갔지만 얼마 후 회수되었다. 1953년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때 쓰고는 1996년엔 스코틀랜드에 돌려주었다. 에든버러 성에 보관해 왔으며 이번 대관식 때 쓰려고 가져왔다.

이 돌에 대한 스코틀랜드인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스코틀랜드의 수석장관(스코틀랜드의 총리 격)을 지낸 알렉스 새먼드는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인인데 이번 대관식에 그 돌을 런던으로 보낸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 수석장관은 에든버러 성을 경찰로 둘러싸서라도 돌을 지켰어야 했다. 우리가 독립하면 민주국가로 출발하는 만큼 장차 영국 왕실과는 관계가 없다. 에드워드 1세가 그것을 탈취한 것은 대대손손 스코틀랜드 민족을 지배하려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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