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위기에도 방관하는 결혼

  •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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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5 06:51  |  수정 2023-05-15 07:01  |  발행일 2023-05-15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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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가정의 달 5월은 '초록빛'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어린이·어버이·성년·부부의 날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족에 대한 사랑, 감사,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9만3천건의 이혼에서 보듯 적지 않은 가정이 가족 간 갈등으로 상처를 입었다. 가정·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고 선양하는 사회적 노력이 미약하기만 하다. 이 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소위 MZ세대는 취업에는 전념하나 녹록지 않는 현실에 연애·결혼·출산을 너무 쉽사리 포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간 조혼인율이 반토막 나고 작년 합계출산율(0.78명)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꼴찌로 인구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15년간 200조원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출산정책에 대한 매몰찬 평가가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새로운 방향 제시나 절박함은 없다. 아이 낳지 않고 늙어가는 대한민국이 국가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임에도 결혼문제에 무관심함이 신기하다. 이민 확대나 다양한 가족형태의 수용은 차치하더라도 결혼을 통한 출산율이 97.02%인 유교문화권인 우리는 출산정책의 주 관심을 결혼과 가정의 가치에서 찾음이 마땅하다.

대구 달서구청은 2016년 결혼장려팀을 만들고 결혼인식 개선, 청춘 만남기회 제공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쳐 왔다. 35개 기관·단체·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결혼 캠페인을 전개하고, 결혼친화공원조성 등 결혼문화 확산에 온 힘을 쏟아 151쌍에게 가정을 안겨 줬다. 또한 '행복이 알찬' 가정을 발굴해 가족상(원앙부부·희망가족·화목가족)을 시상했다. 그 결과 '여성친화도시'는 물론 유니세프로부터 대구 유일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다.

이제는 결혼과 가정·가족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좌표 설정이 절박한 때다. 일본·싱가포르(결혼장려 정책을 조정하는 '사회가족개발부'가 있음)는 미혼남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도 국립인구문제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인구대책으로 안정적인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종교·역사적 배경 외에도 가족 중시 문화를 안착시킨 이스라엘의 합계출산율은 2.9명(2020년)으로 우리의 3배가 넘는다.

우리도 청년친화적인 결혼정책과 가정의 가치를 고양하는 중앙기구를 만들고 조세·금리 등에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비혼문화 확산과 1인가구 증가 고착화에도 결혼문제를 성·세대 대결 구도로 모는 편협된 주장에 맞서며 건강한 가정과 결혼문화를 진작시키는 사회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청년세대를 응원하고 국가 장래를 통찰하는 건강한 사회 목소리를 결집해야 한다. 교육제도와 언론을 되짚으며 국민설득과 이해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더없이 절실하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5월에 '테스형'을 소환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미래를 염원해 본다.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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