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구업(口業)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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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8 06:39  |  수정 2023-05-18 06:45  |  발행일 2023-05-18 제23면

힌두교의 핵심 교리는 윤회(輪廻)와 카르마(Karma)다. 윤회란 인간이 끝없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짓는 선악의 행위가 카르마로, 미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카르마를 해소해 윤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게 힌두교의 목표다. 이 같은 종교관은 불교에도 접목됐다. 카르마를 불교에선 업(業)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는 결과가 업보(業報)다. 인과응보와 같은 뜻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깨달은 영적 스승들은 윤회가 진실이며 업 또한 실재한다고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전생에서 수많은 업을 쌓았고 지금도 쌓고 있다는 것. 선업보다 악업을 쌓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불교에선 업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눈다. 구업(口業), 신업(身業), 의업(意業)이다. 이 중 구업의 죄가 가장 중하다고 한다. 구업에는 험담, 욕설에서부터 거짓말, 이간질, 아첨하거나 쓸데없는 말까지 모두 해당된다. 물론 글도 예외가 아니다.

구업을 가장 경계해야 할 부류를 꼽으라면 단연 정치인이다. 말이 많은 데다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걸핏하면 허언, 악담,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들이 내뱉는 말은 대중매체나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증폭돼 사회를 오염시킨다. 오지랖이긴 하지만 그 업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구업은 둘째 치고,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곧장 설화(舌禍)를 겪는 정치인도 허다하다. "말은 모든 재앙의 문"이라고 한 석가모니의 경구는 영원한 진리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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