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後] "인생 수업료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네요"전세 사기에 내몰린 경북 청년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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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1 16:56  |  수정 2023-05-21 20:14  |  발행일 2023-05-22
전세 사기에 내몰린 경북 청년들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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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다세대 주택 세입자들이 임대인을 전세사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직접 작성한 진술서 사본. 영남일보 DB

"우리는 모두 중개사만 믿고 급하게 거래했습니다. 인생 수업료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네요."


경북 안동과 예천 다세대주택 전세 사기(영남일보 4월 12일자 8면 단독보도) 피해자들 대부분은 20·30대 청년들이었다. 첫 취직해 전출을 왔거나, 회사의 인사 이동에 낯선 타지로 발령받은 사회 초년생이 전세 사기에 내몰린 것이다. 경찰의 사건 마무리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세입자 A 씨는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으며 "부모님께서 이번 일을 인생의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비슷한 일을 당하지 말라고 조언하셨다"고 했다. 덧붙여 "이제는 어느 정도 털고 일어났지만, 제도적 허점을 노려 사회 초년생을 울린 어른들의 행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동지역 전세 사기 사건은 다세대주택 세입자들이 잠적한 임대인의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위임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밝혀졌다. 안동 경찰서는 수사과와 형사과를 중심으로 한 전담팀을 꾸려 임대인 김모 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김 씨는 부동산 거래 당시 선 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하는 방법으로 총 40여명의 세입자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금 피해액만 약 1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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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다세대주택 세입자들이 임대인 수사 협조에 동의한다며 작성한 위임장. 영남일보 DB
특정 건물에선 이중 거래 정황도 확인됐다. 또 다른 세입자 B 씨는 "계약한 방이 알고 보니 이중계약한 방이었다"며 "이중 계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했다.


현재 김 씨가 보유한 안동과 예천 다세대주택 3곳은 경매에 넘어갔지만, 세입자들의 전세금 반환은 요원하다. 경매 처리된 이후, 금융기관 융자와 세금을 빼면 세입자들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A 씨는 "전세금 중 소액임차인의 최우선 변제금 1천500만원(2014년기준)을 제외하곤 사실상 돌려받기 어렵다"며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인의 거짓된 행동을 수상히 생각하고 바로잡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가 강대식 국회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시도별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와 경북에서 발생한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1천362건의 92%는 과태료 등 경징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합의를 못하면, 오는 25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직접 단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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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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