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구 경찰, 민중의 지팡이 돼야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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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2  |  수정 2023-05-22 07:01  |  발행일 2023-05-22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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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회부 기자

흔히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지팡이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길을 걸어갈 때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다. 경찰이 민중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복무 규정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임무로 돼 있는 만큼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주차위반 과태료를 아끼려고 '셀프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한 대구 경찰 간부가 최근 기소됐다. 고작 5만6천원을 아끼려다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셈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 이 사건은 경찰 간부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해 법을 어기고 국민을 속인 사례다. 공무원의 업무 윤리를 도덕적으로 훼손시켰다. 해당 경찰 간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불법 주차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회피하고자 스스로 주정차 위반을 가장한 '셀프 스티커'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했다.

단순히 몇만 원의 벌금을 아끼고자 법을 어기는 행동은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완전히 잊은 결과다. 공무원으로서의 규율과 도덕적 행동을 완전히 탈피한 행위로, 국민에게 불공정함과 불신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렇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해왔고, 현재도 그렇다. 국민이 편안하게 밤잠을 자고, 도로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고,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고 활동할 수 있는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경찰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활을 지켜주는 보루이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인 것이다. 경찰이 흔들리면 국민의 생활과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경찰 간부의 '셀프 스티커' 발부 사건은 공무원의 윤리 결여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경고로 삼아야 한다. 지나간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루빨리 강화된 교육, 감사 체계, 투명한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해 경찰관의 자부심을 정상 위치에 되돌려 놓아야 한다.

부정행위에 대해 국민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도 구축하면 좋겠다. 경찰의 부정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선 지자체, 검찰·경찰, 지역 사회, 국민 등이 동반자 위치에서 협력해야 한다. 공정에 기반한 경찰 공무원의 행동은 국민 신뢰 회복과 국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루빨리 민중의 지팡이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강승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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