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업무 초행길 신입직원의 길잡이 '일학습병행'

  •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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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2  |  수정 2023-06-12 08:46  |  발행일 2023-06-12 제24면

[기고] 업무 초행길 신입직원의 길잡이 일학습병행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일을 배우는 것은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경험과 유사하다. 초보운전자는 평소 잘 아는 길을 달리는 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생소한 길에 접어들면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기 일쑤다. 그나마 최근엔 GPS 기술 고도화와 신호체계의 발전 덕에 먼 길을 돌아가는 일은 줄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신규 직원들은 길을 찾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는다. 처음 접하는 업무와 사회생활 적응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을 것이다. 일학습병행 제도는 이런 신입 근로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제도다. 선임 근로자가 신규 근로자에게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규 근로자는 현장 실무와 이론을 배우면서 동시에 사내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일학습병행 사업은 2015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해 현재 전국 2만여 개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일학습병행 제도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훈련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지만, 관리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러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바로 'OJT(On The Job Training)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실무를 진행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중요 포인트를 짚어주는 방식이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더 지켜보니, 선임 근로자는 작업의 중요한 포인트마다 이론적인 지식을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입 근로자는 업무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등 다른 산업현장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교육을 받던 신입 근로자와 대화를 나눴다. 완전히 초보는 아니고 다른 직장을 다니다 이직한 직원이었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는 업무에 대해 잘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업무지시가 너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 직장에서는 일학습병행을 통해 업무에 관련된 교재를 받아 따로 공부도 할 수 있고, OJT를 진행하는 동안 질문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서 헤매는 일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헤매는 일이 줄었다"는 말을 듣고서 일학습병행의 목적이 실현되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신입 근로자 입장에선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학습병행이 널리 확산한다면 업무의 갈림길에서 '차선' 이탈을 막고 기업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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