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종교영화에 대하여… 종교물, 신념에 대한 이해인가? 비판적으로 볼 것인가?

  •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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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  수정 2023-06-09 08:35  |  발행일 2023-06-09 제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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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종교는 영화가 이야기해 온 오랜 주제 중의 하나이다. 긴 역사를 가진 종교 안에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이 수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만큼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거나 기독교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벤허'(1959), '십계'(1962)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들에서부터 대표적인 무성영화 중 하나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1928)이나 안드레이 타르코스프키의 영화들처럼 신앙에 대한 성찰을 다룬 영화들까지 기독교와 관련된 영화들은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일종의 하위 문화로서 사랑받고 있는 오컬트라는 호러 장르 역시 기독교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종교의 권위에 기댄 콘텐츠 위주
점차 위선·음모 등 종교 이면 다룬 작품 증가

이창동 '밀양' 기독교적 구원과 용서 관해 다뤄
이슬람교 주제 작품 '소년 아메드' '말랄라'
같은 종교 아래 처단과 공존 두 가치의 병립


불교도 마찬가지다. 1980~90년대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동양의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서구는 마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듯 불교 영화를 만들었다. 윤회사상 등 일부 불교적 세계관을 밑바탕에 깐 영화들은 존재해 왔지만, 불교라는 종교를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는 많지 않았다. 그중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1997)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불교 문화권인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불교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왔다.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1981),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등이 있다. 이후 '길 위에서'(2013), '무문관'(2018) 등 다큐멘터리 영화도 계속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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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해당 종교에 대한 영화가 많다고 해서 그 종교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영화가 종교의 권위와 영향력에 기댄 측면이 강했다면 점차 종교의 위선, 음모 등 그 이면을 다룬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비판적 문제의식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구원과 용서라는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한 인간이 겪게 된 비극을 통해 맞닥뜨리는 종교의 무력함과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용서와 화해 같은 가르침을 담고 있는 종교 같았다.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데 질문과 해답을 담고 있는 종교라고 생각했다'며 기독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지만, 이는 그 종교가 가지는 상당한 힘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어느 순간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오류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숨겨진 이야기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펼쳐 낸 론 하워드 감독의 '다빈치 코드'는 개봉에 앞서 신성모독과 역사 왜곡이라는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기각되는 일도 벌어졌었다. 종교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교리가 있기에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 있어 다른 해석이나 혹은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라는 예술이 창작자의 주체적인 해석에 기대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종교 영화는 늘 문제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둘째로 규모가 크다는 이슬람교는 어떠한가? 어쩌면 이슬람교 혹은 이슬람 문화는 영화와 같은 문화예술이 아닌 뉴스로 훨씬 더 많이 알려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테러, 전쟁, 난민 등 부정적인 장면으로 가득할 것이다.(간혹 빈 살만과 같은 부의 상징이 불현듯 나타나기도 한다.) 앞서 언급된 두 종교에 비해 이슬람교에 대해 일상적으로 혹은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종교에 대한 관찰이나 탐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편견이라는 장벽에 쉽게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편견은 마치 종교에 대한 신념과 같아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여기 이슬람교에 대한 두 가지 신념이 있다. 하나는 '아메드'라는 신념, 하나는 '말랄라'라는 신념이다. 아메드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소년 아메드'의 주인공이자 10대 소년이다. 말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말랄라'의 주인공이자 10대 소녀이다. 아메드의 신념은 처단하는 것이고, 말랄라의 신념은 공존하는 것이다. 같은 종교 안에서 다른 두 가치가 신념이라는 이름 아래 병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신념 안에서 처단과 공존은 절대적인 선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아메드는 배교자라고 생각되는 한 여성을 죽이기 위한 집요한 행동을 이어간다. 아메드가 그 여성을 처단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란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는 탈레반의 무장 공격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다. 그 후유증으로 왼쪽 얼굴이 마비되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이를 통해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녀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란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것도, 공존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종교적 신념에 기원한다. 그렇다면 이 두 삶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교는 과연 무엇일까.

다르덴 형제는 '소년 아메드'에 관한 인터뷰에서 종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밝혔다. "이슬람을 비롯해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자 하지 않았다. 영화 속 아메드의 엄마는 광신자가 된 청년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다. 우리는 불순하고 이질적이며 낯선 이와의 만남이 끊이지 않는 삶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분명 다른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말랄라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목소리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그 목소리 옆에 가장 필요한 건 아메드의 엄마처럼 이질적이며 낯선 것들을 계속 마주하는 용기일 것이다. 결국 편견은 이러한 목소리와 용기 앞에 무력해질 것이다.

※'말랄라'의 주인공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2014년 17세의 나이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여전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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