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등대 사세요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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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5  |  수정 2023-06-05 07:37  |  발행일 2023-06-05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등대 사세요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미국엔 등대를 사고판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나온 후 폐기된 등대가 주택, 여관, 박물관 등으로 많이 바뀌었다. 미 총무청에서 최근 등대 6기를 공공기관이나 비영리단체에 이관하고 4기는 경매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300년 동안 약 1천기의 등대를 세웠는데 2000년에 관련 법률이 통과되면서 매년 많게는 5기 정도를 불하한다. 지금까지 81기가 정부기관과 비영리단체에 넘어갔으며 70기가 일반에게 넘어갔다. 새 주인은 우선 엄청난 수리비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곳에서 즐기는 화려한 석양과 짜릿한 바다 판타지를 어디에 비기랴.

매물 중에 악명 높은 '공포의 틸리'라는 등대가 있다. 오리건주, 그러니까 태평양 연안에 축구장 면적의 현무암 돌섬 위에 세워진 것으로 1881년 당시로서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 지금은 국가유적지이고 야생동물보호지구다. 이곳은 하도 바람이 세어 완공 직전 배 한 척이 난파하여 16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뒤에도 여럿이 폭풍에 희생되었다. 한 등대지기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오르는 77개 계단에 귀신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육지에서 1.9㎞ 떨어진 이곳은 지금은 바다사자와 바닷새의 천국으로 일정 기간은 출입금지다. 선박 접안이 불가능하며 헬기도 바다사자가 착륙장을 비켜줘야 내릴 수 있다. 1957년에 업무 종료하고 2년 뒤에 5천600달러에 팔렸다. 몇 손을 거쳐 1980년에 현재 주인이 5만달러에 구입했다. 안에는 주인 부모의 뼈항아리를 모셔 놓고 납골당으로 개업했으나 지금은 납골당 허가가 취소된 상태다. 작년에 650만달러에 내놓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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