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지역대표성 강화로 국토균형발전 이끌어야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 |
  • 입력 2023-06-06 06:52  |  수정 2023-06-06 06:55  |  발행일 2023-06-06 제23면

2023060501000126100004961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도시계획에 있어 가장 비계획적 도시발전의 모습을 흔히 물에 뜬 기름에 비유한다. 산업혁명 초창기 유럽은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확장의 형태가 물에 뜬 기름이 퍼지는 모습과 아주 유사했다. 당시 이런 현상을 막고 도시를 다핵(多核)화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주요한 과제였다.

우리나라 서울도 산업화 시대를 맞아 도시발전이 계획적이지 못하게 진행되면서 경기도까지 확장되었고, 이제는 충청도로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발전은 국토균형발전을 역행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고비용 구조와 저효율성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형태의 도시확장은 정치적 측면에서 충분히 계획하고 예방하지 않으면 가속도가 붙게 되고, 그 흐름을 되돌리려면 시민적 저항 등 더 많은 사회적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에는 기형적 도시확장의 흐름이 고착화된 정치지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구분포와 지역구 국회의원의 숫자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지역구 국회의원 수가 현재 전국 253석 중 무려 108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총선을 위한 선거제도의 개편을 두고 정치인들 간 샅바 싸움이 시작되었다.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고 500인 시민참여단을 모집하여 '선거제도 개편의 원칙과 목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의 크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방식' '지역구·비례대표 의석비율과 의원정수' 등 4가지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인구구조로 봤을 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현행법상 고정된 지역구(253석)와 비례대표(47석) 의석 정수가 유지된다면 내년 총선 지역선거구 획정기준일(1월31일) 수도권 시·도 적정 의석은 128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의 50.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의회구조에서는 더 이상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여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정개특위와 함께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는 의회가 있으며, 의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과 전국을 대표하는 하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나라 의회는 아주 독특하게 상원이 없이 하원만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구 수가 아니라 지역을 기준으로 선출되어 지역 대표성을 지니는 상원이 없는 형태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성과 전국 대표성을 동시에 가지며, 상원과 하원의 역할과 권한을 모두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이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역 대표성을 가지는 상원을 두든가 아니면 상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즉, 국회 내에서 지방이익과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균등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번에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되어 분권형 균형발전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과제로 남아있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