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기업의 RE100 이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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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5  |  수정 2023-06-15 06:59  |  발행일 2023-06-15 제22면
최근 세계적 완성차 기업들

차부품 생산에 RE100 요구

이행불능 韓기업 계약 무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신속히 대응의 해답 찾아야

[더 나은 세상] 기업의 RE100 이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 : Conference of Parties)에서 전 세계 대부분 나라는 각자의 형편에 맞게 자신의 노력과 역할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간의 선언에 대한 실천의 속도가 국가별로 눈에 뜨이게 차이 나기 시작하고, 또 어떤 나라는 선언에만 그치고 있게 되자 민간 기업에서 협약 없이 자발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천을 선언하고 그 이행 여부를 밝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움직임이 RE-100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력(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국제적 캠페인이며 기업으로서는 생산비용이 상승하겠지만 자신의 지구 환경 보호 이미지를 세계에 알려 자사의 제품을 세계의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기업 생존 전략일 것이다.

국가 간 정상들이 모이는 COP까지 열어서 지구온난화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자는 결의를 했지만, 그 실천 효과는 보이지 않고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는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가 나왔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에서 200여 개의 국가 간의 정상들이 모여 기후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이 1.5oC를 초과해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1.5oC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엔 세계기상기구는 2023년 5월1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2027년까지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oC를 넘어갈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정상 회의 이후 각 나라는 그 당시 선언하였던 실천 방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우리나라도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최근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 기업들은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 기업에 자사에 공급되는 부품의 생산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만을 사용하여 생산해 달라는 이른바 "RE-100"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중소 부품회사들과 맺은 계약을 취소하고 나섰다. 국내 전기차 섀시와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2025년까지 RE-100에 의해 부품을 생산하여 납품할 것을 볼보로부터 요청받았으니 이 계획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되어 납품 최종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되었다. 국내의 또 다른 기업도 BMW로부터 같은 요청을 받고 뒤늦게 RE-100 이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종 계약은 어렵게 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다임러 벤츠 역시 이러한 납품기준을 만들어 부품공급 기업들에 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5년 유럽 탄소세 부과와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었던 자동차 회사들이 지사의 이미지를 홍보하여 먼 장래에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더 이상 지구온난화 문제는 각국 정부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민간의 문제로 넘어왔고 또 세계적 대기업의 회사 이미지 홍보 문제가 아니라 이름 모를 중소기업의 문제로 넘어오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신속히 대응의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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