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역린을 건드린 이란의 두 여기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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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9  |  수정 2023-06-19 07:31  |  발행일 2023-06-19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역린을 건드린 이란의 두 여기자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이란의 지도자들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 던지는 시위에 골머리를 썩여 왔다. 이 지도자들의 역린을 건드린 두 여기자가 있었다. 작년 9월에 마사 아미니(22)라는 여성이 히잡을 '바르게' 쓰지 않은 죄로 체포되어 사흘 만에 죽어 나오자 이란 전역에서 분노한 여성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히잡을 불사를 때 그 반정부 시위에 촉매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그들이다. 하메디(30)는 그때 가련한 아미니의 사진을 보고 곧 병원으로 달려가 아미니의 친척들이 부둥켜안고 애통해하는 모습을 그대로 트위터에 올려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모하마디(36)는 아미니 고향의 장례식과 그곳의 시위를 보도했다. 그들은 원래 여성문제를 다루는 기자여서 '정숙'을 빙자한 히잡착용 강요, 여성의 운동경기장 입장금지, 여성 성폭력 등에 날을 세워왔다. 아미니 죽음의 여파로 지금까지 573명이 목숨을 잃었고, 15명이 처형되었거나 처형대기 중이고, 기자 95명이 철창에 갇혔다.

두 기자는 곧 체포되어 8개월 옥살이 끝에 최근에 재판을 받았다. 이런 민감한 재판은 밀실 혁명재판정에서 이뤄지는데 변호사나 가족도 입정불허니 변호사의 변호란 있을 수 없다.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정보부만이 그들을 외국정보기관과 공모하여 국가안보를 흔든 중대 사범으로 몰았다. 500명의 기자가 탄원서를 내고 그들의 수감은 곧 이란 언론의 수감이라고 항변했다. 당국은 한술 더 떴다. 앞으로 복장위반은 안면인식 기술로 잡아내며 그런 여성이 탄 차는 압수하고 또 벌금도 매길 것이라 했다. 여성들이 벌떼처럼 히잡 벗은 사진과 이 방침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당국이 다시 약이 올라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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