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9] 문화예술이 일상인 도시로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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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0 08:03  |  수정 2023-06-20 08:06  |  발행일 2023-06-20 제16면
달성에 국립근대미술관 오면 '영남권 문화예술 중심축'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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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이제 대구를 넘어 경북, 그리고 영남지역의 문화도시로 떠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호텔 아젤리아 대강당에서 열린 달성군 법정 문화도시 선포식에서 최재훈 달성군수가 밝힌 포부다. 결코 허황된 말은 아니다. 과거 농촌 지역이었던 달성은 급격한 도시 성장과 인구 증가로 대구에서 가장 '젊은'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또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달성 100대 피아노, 비슬산 참꽃문화제 등 굵직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달성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했다. 지난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데 이어 앞으로 국립근대미술관까지 유치한다면 '영남권을 대표하는 문화도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9편에서는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달성의 변화상에 대해 다룬다.

대구 시·군 중 유일 인구 상승곡선
경제 기반 튼튼…사통팔달 교통망
천혜의 자연환경에 문화재도 즐비
문화예술 중심도시 든든한 밑거름
올해부터 5년간 200억원 투입계획
세계 주목하는 미술제 개최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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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최재훈 달성군수가 법정 문화도시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농촌에서 다양성 지닌 젊은 도시로

달성이 문화예술 중심도시를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은 인구 증가다. 지난 10년 동안 달성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지역이다. 2013년 18만4천358명에 불과하던 달성 인구는 2016년 21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25만명까지 돌파했다. 성장세는 이어져 2021년 26만명을 찍고 지난해에는 26만3천162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인구 증가율이 무려 42.7%에 이른다. 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부터 국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구 인구도 2013년 250만여 명에서 2022년 236만여 명으로 줄었고, 수성구를 비롯한 7개 구 모두 인구가 감소했다. 대구의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가 늘어난 곳은 달성군이 유일하다.

특히 달성은 대구에서 가장 '젊은' 지역에 속한다. 주민 평균 연령이 41.6세로 전국 평균(44.2세)이나 대구 평균(44.6세)보다 현저히 적다. 연령층도 쏠림이 적은 편이다.

2022년 기준 달성 주민등록 인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0~9세 10.2%, 10대 9.7%, 20대 10.2%, 30대 14.8%, 40대 17.3%, 50대 15.7%, 60대 이상 22.1%다. 더욱이 달성군은 빠른 인구 성장과 안정된 출산 육아 정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2019년 합계출산율 1.5명으로, 전국 평균(0.9명)보다 0.6명 많았다. 달성군은 2016년 가족친화인증기관 선정에 이어 2019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달성의 행정구역 변화만 살펴봐도 이런 흐름은 한눈에 보인다. 달성은 1995년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될 당시 2개 읍과 7개 면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1996년 논공, 1997년 다사, 2018년 유가·옥포·현풍이 잇따라 읍으로 승격되며 현재 달성은 6개 읍 3개 면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인구 증가와 고른 연령 비율은 달성이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밀알이 되고 있다. 2020년 12월 예비 문화도시에 이어 지난해 12월 법정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는 과정에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문화도시 관련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과 문화예술인 수만 1만2천709명에 이를 정도였다.

달성이 가진 다양성은 연령뿐만이 아니다. 달성은 외국인 비율도 높고, 주민들의 직업도 다양한 편이다. 우선 달성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6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2%에 이를 정도로 비율이 높다. 문화·예술계통 종사자 수도 상당하고, 농가 비중은 대구 전체의 27.7%를 차지한다. 지난해 대구 전체 농가인구 5만1천862명 중 달성 농가인구가 1만4천34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달성만의 독특함은 문화도시 조성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농가가 많은 현풍·유가·구지권역은 '농촌+도시' '전통+현대' '체험'이라는 문화융합 콘셉트를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와 전통이 아직도 공존하는 달성만의 특징을 살려 문화예술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김병수 달성문화재단 달성문화도시센터장은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권역별 주민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의제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다양한 주민들이 주도하는 이 과정은 달성이 문화예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통팔달 교통 여건과 탄탄한 경제 기반

탄탄한 경제 기반도 달성이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달성은 대구의 유일한 국가산업단지와 농공단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바로 대구국가산업단지와 옥포농공단지, 구지농공단지다. 더불어 달성에는 달성1차·2차일반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일반산업단지, 달성대성하이스코일반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며 선순환적인 도시 성장까지 촉진한다.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핵심 요소로 빠질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경제인 셈이다.

특히 대구테크노폴리스일반산업단지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국립대구과학관이 있어 교육 환경 등 정주여건 향상은 물론 문화·예술·과학 인재 양성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사통팔달로 통하는 달성의 교통 인프라도 달성만의 경쟁력이다. 경기도 양평군과 경남 창원시를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중부내륙고속지선도 관통한다. 또 광주대구고속도로 역시 달성을 지나간다. 대구의 서쪽 관문 역할을 달성이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달성에는 대구외곽순환도로를 비롯해 각종 도로가 촘촘히 나 있다. 때문에 달성에는 북다사IC, 다사 IC, 화원옥포IC, 옥포JC, 북현풍IC 등 여러 개의 나들목과 분기점이 위치한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이 화원역과 설화명곡역으로 이어져 대구지역 내 접근성도 용이하다.

비슬산과 낙동강 등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갖춘 달성은 이미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문화관광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달성군 주요 관광지 방문객 수만 660만여 명에 이른다. 디아크(168만여 명), 사문진주막촌(151만여 명), 송해공원(102만여 명) 등 한 해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곳도 여러 곳이다. 이외에도 비슬산자연휴양림(75만여 명), 국립대구과학관(67만여 명), 마비정(33만여 명), 화원자연휴양림(28만여 명) 등 지역 곳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달성군은 사계절 모두 가볼 만한 곳이 많아 월별 방문객(30만~80만명)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돋움 가능성

천혜의 자연 환경과 역사문화 유산, 탄탄한 경제력,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달성군은 앞으로 영남권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기존의 도시재상사업과 뉴딜사업등 프로그램에 더해 문화도시 사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분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달성군은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을 새로 만들거나 재정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투입되는 사업비만 최대 2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달성군은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적극적인 참여도 독려할 방침이다. 앞서 예비 문화도시 사업과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도 주민들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문화도시가 지향점인 셈이다.

화원읍 천내리에 있는 대구교도소 후적지(대지면적 10만5천26㎡)에 국립근대미술관이 들어선다면 달성의 문화도시 프로젝트는 완성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국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갖춘 곳은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대전(2026년 예정) 등 다섯 곳밖에 없다. 국립근대미술관이 달성에 들어선다면 달성은 남부권에서 유일한 근현대미술 전시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고, 근대미술사에서 대구와 달성이 차지하는 상징성도 인정받게 된다.

달성군은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도약하는데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사업 구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달성군은 국제적인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도 준비 중이다. 매년 가을 개최하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와 별도로 유명 해외작가들을 대거 초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제를 달성에서 치를 계획인 것. 가칭 '대구국제(근)현대 미술제'다. 달성군은 이르면 내년쯤 미술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구 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달성 100대 피아노 등을 성공시킨 달성은 더 이상 문화예술의 변방이 아니다"라며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 추진, 대구국립근대미술관 유치 등과 함께 앞으로 국제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준비해 달성을 영남권 문화예술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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