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가 오늘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5곳(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생존을 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번 평가의 핵심은 중증 입원환자 비율을 기존 34%에서 38%로 올리고, 경증 외래환자 비율을 7%에서 5%로 낮추는 진료 구조 개편이다. 대형병원을 중증·응급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나, 대구 의료 현장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의정(醫政)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율이 10% 미만에 머물고,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던 교수진마저 극심한 과로 속에 줄이탈하고 있는 게 대구 의료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가 현장의 부담을 감안해 '입원전담 전문의 지표'를 삭제했지만, 궁여지책일 뿐이다. 중증 환자를 돌볼 의사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데, '중증 환자 38%'를 맞추라며 병원들을 윽박지르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신설·강화된 간호 지표 역시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역 병원들에겐 가혹한 장벽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태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안일하다. 이번 평가에 소아응급, 권역외상센터 운영 여부가 가점 항목으로 들어갔다. 지금 대구의 응급실들은 배후 진료를 맡아줄 전문의가 없어 구급차를 돌려보내는 '강제 수용 거부'가 일상이 됐다.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지원 없이 서류상으로만 완벽한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무책임하다. 정부는 서류상의 수치 맞추기식 평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증 환자가 동네 의원이나 중소병원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도록 지역 의료 전달체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책도 동시에 내놔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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