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페르난도에겐
지문이 있다네
이 나라에서 유일함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지문을 눈동자에 새겨 넣었네
아무도 남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가 없었네
지구 밖에서 본 지구를 닮은 눈동자로
페르난도는 페르난도만의 세상을 본다네
손톱 밑이 까만 페르난도는
시를 쓴다네
이 나라에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에
애인의 발가락 다리미 하늘 숲 길고양이 흰쌀밥 이불에
시의 조각을 숨겨놓았네
애인의 발가락 다리미 하늘 숲 길고양이 흰쌀밥 이불은
그에게만 비밀의 노래를 들려준다네
굽은 등으로 걷는 페르난도는
눈물을 버리지 않았다네
이 나라에서 슬픔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무거운 눈물을 등에 메고 다닌다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눈물 같아서
걸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버릴 수 없었네
몰래 위험하고
몰래 아름다운
나의 미워하는 범법자 페르난도
송정원 '페르난도'
지문이 있다네
이 나라에서 유일함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지문을 눈동자에 새겨 넣었네
아무도 남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가 없었네
지구 밖에서 본 지구를 닮은 눈동자로
페르난도는 페르난도만의 세상을 본다네
손톱 밑이 까만 페르난도는
시를 쓴다네
이 나라에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에
애인의 발가락 다리미 하늘 숲 길고양이 흰쌀밥 이불에
시의 조각을 숨겨놓았네
애인의 발가락 다리미 하늘 숲 길고양이 흰쌀밥 이불은
그에게만 비밀의 노래를 들려준다네
굽은 등으로 걷는 페르난도는
눈물을 버리지 않았다네
이 나라에서 슬픔을 가지는 것은 불법
범법자 페르난도는
무거운 눈물을 등에 메고 다닌다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눈물 같아서
걸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버릴 수 없었네
몰래 위험하고
몰래 아름다운
나의 미워하는 범법자 페르난도
송정원 '페르난도'
![]() |
송재학 (시인) |
시를 쓴다는 건 '몰래'라고 쓴다. 위험하고 아름다운 '몰래'라고 시인은 쓴다. 그것은 마음의 범법행위이다. 시 쓰기는 일탈이고 마음이라고 쓴다. 마음을 구부리는 일이라고 쓴다. "애인의 발가락 다리미 하늘 숲 길고양이 흰쌀밥 이불"에 구부리는 마음은 그 안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쓴다. 슬픔을 가지는 것은 불법이라고 시인은 쓴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이 눈물이기에 슬픔은 페르난도 같은 이민자 내지는 외래인이 범하기 쉬운 불법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마음, 슬픔, 비밀 같은 인간에게 연약한 것들은 불법이라고 시인은 쓴다. 말하자면 마음, 슬픔, 비밀, 불법은 같은 종류라고 쓴다.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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