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우주 오케스트라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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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3  |  수정 2023-07-03 07:05  |  발행일 2023-07-03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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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우주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다. 최근 전파망원경을 통해 이 우주의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미국천체물리학'지에 발표한 이는 나노그라브라는 천체물리학자들이다. 우주에는 전파를 계속 보내는 '펄사'라는 별이 있는데 이들은 이 별의 전파를 통해서 이 우주의 소리를 포착했다. 천문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연구하는 분야 중의 하나는 이 소리 뒤에 있는 '중력파(重力波)'라는 것이다. 이 중력파를 연구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 두 번이나 된다. 이 중력파 배경연구가 우주 진화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중력파란 어떤 것인가. 중력파는 두 개의 초대질량의 블랙홀이 점점 궤도를 좁히면서 서로를 돌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질 때 방출하는 에너지다. 이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에 바둑판같이 펼쳐져 있는 시공간이 휘어진다. 다시 말하면 이 중력파가 스쳐 가면 두 천체 사이의 거리가 달라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15년간 67개 펄사에서 오는 신호의 정시도착, 선착, 연착을 분석하여 그곳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뒤틀림 현상을 가려냈다.

2016년에 이 중력파를 발견한 연구자들이 감지한 우주신호는 대부분 수백 헤르츠 범위 안에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10억 분의 1헤르츠로 낮추었더니 사방에서 아주 '시끄러운' 신호가 감지되었다. 이 신호는 속도를 4천만 배 올려야 사람 귀에 들린다. 사실 이 소리는 수십만, 수백만 개 소리가 포개진 소리여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라는 표현이 맞으리라. 블랙홀 두 개가 한 조가 되어 중력파를 만드는데 이때 한 음만 내므로 이 오케스트라는 죽어가는 블랙홀들이 내는 수많은 음의 하모니인 것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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