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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웨스트 뱅크 즉 요르단강 서안 지구가 있다. 이 지구는 동쪽엔 요르단강이 흐르고 남쪽·북쪽·서쪽으로는 이스라엘이 에워싸고 있다. 명색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끝없는 지역이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게 되면 이 지역과 가자지구가 그 국토가 될 것이다. 이 웨스트 뱅크 북단에 '제닌'이라는 한 작은 도시가 있고 이곳에는 1940년대 후반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면서 쫓아낸 수십만의 팔레스타인이 억울함과 분을 삼키며 모여든 난민촌이 있다. 인구 1만7천인 이 난민촌은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테러의 온상이지만 팔레스타인 쪽에서 보면 그들의 무력투쟁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이며 민족의 원한이 사무치는 곳이다. 이곳 출신들이 무력투쟁을 벌이다 무수히 목숨을 잃었기에 이곳을 '순교자의 수도'라 부른다. 하마스 및 이슬람 지하드 같은 무장단체들도 이곳에서만은 대동단결한다.
올해 들어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인에 대한 테러가 50회 이상 발생했는데 그 테러범 대다수가 이곳 출신이며 그들 중 19명은 이 난민촌에 은신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이 불온한 난민촌을 공격한 것은 지난 7월3일부터 5일까지였다. 3일 밤 1시에 이스라엘군이 먼저 드론 공격으로 위험물을 제거하여 공격로를 확보한 뒤 14시간 작전 끝에 이 난민촌을 진압했다. 그들은 건물을 수색하여 지하갱도 등지에서 무기, 폭발물, 폭발물 제조시설 등을 찾아냈다. 팔레스타인인 12명, 이스라엘인 1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명이 부상당하고 3천명이 피란을 가야 하는 참담한 비극이 벌어졌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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