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기도의 비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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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2 06:42  |  수정 2023-07-12 06:41  |  발행일 2023-07-12 제27면

선교 길에 나선 목사가 깊은 숲속에서 식인 곰과 마주쳤다. 목사는 도망쳐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사 코앞까지 다가선 곰 역시 기도했다. "하느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의 기도 대결에서 승자는 곰이었다. 우스개 이야기지만 기도에 대한 한 가지 비밀이 담겨 있다. '간청하는 기도보다 감사하는 기도가 더 잘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기도에 관한 오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인디언 기우제'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알려져 있다. 비는 언젠가는 오기 마련인데 괜히 쓸데없는 짓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디언 기우제'는 흔히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될 때까지 시도하는 행동'을 조롱하는 비유적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모든 인디언이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기우제를 지내는 건 아니다. 현대의 영적 사상가이자 과학자인 그렉 브레이든의 인디언 기우제 목격담은 놀랍다. 인디언 주술사가 산꼭대기로 올라가 눈을 감고 성스러운 의식을 펼친 후 반나절 만에 비가 쏟아진 것. 그런 기적을 몇 번이나 봤다는 브레이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디언 기우제는 결코 운이나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인디언 주술사가 밝힌 비결은 기도의 본질과 일치한다. 비를 내려달라고 간청하는 게 아니라, 이미 비가 내리는 장면을 현실처럼 생생히 느끼는 것이다. 이는 소원을 이루는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에 접속하는 게 기도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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