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유리 겔러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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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9 06:47  |  수정 2023-07-19 07:03  |  발행일 2023-07-19 제27면

염력(念力)은 오로지 생각만으로 물체를 변형시키거나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일컫는다. 일체의 물리적 에너지가 배제된 힘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우리 영화에서도 단골 소재였다. 주인공이 염력으로 자동차·기차는 물론 건물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이제 눈에 익었다. 50대 이상이라면 '유리 겔러'를 기억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인 그는 1970년대 초능력자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다. 1980년대엔 우리나라 TV에도 출연해 염력으로 숟가락·포크를 구부리는 걸 보여줬다. 그가 응시하면 고장 난 시계 침도 다시 움직였다. 시청자들은 넋 나간 듯 신기해했다. 그가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한 말이 화제가 됐었다. "한국인이 마음을 집중해 남북 통일을 염원하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준 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초능력 퍼포먼스는 사기극이었다. 제임스 랜디(1928~2020)라는 마술사가 "겔러의 '숟가락 염력'은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거짓"이라고 폭로한 것. 이 일로 두 사람 사이에 소송이 붙었다. 법원은 랜디의 손을 들어줬다. 겔러는 결국 "내가 보여준 '초능력'은 모두 마술에서 사용되는 트릭"이라고 고백했다. 겔러는 몇 해 전 코로나 백신을 맞으며 숟가락을 구부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땐 푸틴에게 "초능력으로 전쟁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그런 그가 영국 생활을 접고 모국인 이스라엘로 돌아와 소박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올해로 76세. 인생 말년, 겔러의 기행(奇行)과 기언(奇言)이 멈춰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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