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경북 이재민의 하소연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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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9  |  수정 2023-07-19 07:45  |  발행일 2023-07-19 제2면
에천문화체육센터, 호우피해 임시주거시설

이재민들, 집 걱정과 비 피해로 불안한 나날

18일 오전 11시 기준 3천357명 이재민 발생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경북 이재민의 하소연
경북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김미경(56) 씨가 함께 임시주거시설로 온 어머니에게 손수 밥을 떠먹이고 있다. 오주석 기자

"어머니가 밥알을 못 삼켜 국물만 떠 먹이고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까요."

18일 경북 호우 피해 임시주거시설이 마련된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김미경(56) 씨는 함께 온 어머니에게 국에 말아 놓은 밥을 손수 떠먹이고 있었다. 

 

김 씨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14일 저녁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업고 이곳으로 대피했다. 이곳에 온 지 사흘째인 모녀는 1평 남짓한 재난 구호 쉘터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이곳에 오신 뒤 평소 드시던 죽도 안 드시고, 이렇게 국물만 떠먹고 계신다"라며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보다 집 걱정이 앞선다. 어머니 김태선(85) 씨는 "갑자기 쏟아진 비로 귀중품만 챙겨서 빠져나왔다. 산사태가 났다고 하는데 우리 집이 어떻게 됐을까 걱정이다"라며 힘없이 말했다.

또다시 많은 비가 쏟아붓자 예천군문화체육센터 내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재민들은 신문과 TV를 보며 비 피해 소식을 접하거나 함께 모여 서로의 아픔을 공유했다.
 

이날 실종자 3명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화를 걸어 신원을 묻기도 했다. 한 이재민은 "오늘 3명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 오는 날 고생하시는 수색 대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경북 이재민의 하소연
경북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재난 구호 쉘터. 오주석 기자.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 생활하는 이재민은 지난 16일 35명에서 이날 44명으로 늘었다. 예천군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이재민의 심리 상담을 위해 수시로 임시주거시설을 찾고 있다.
 

박은정 예천군 보건소 방문보건팀 주무관은 "사고 초기 이재민들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외상후 스트레스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 및 안내에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기준 경북지역 폭우 피해 세대는 총 2천226세대로 3천 35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천184세대, 1천722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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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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