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9] 경북도 원자력 관련 지역기업 육성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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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0 08:00  |  수정 2023-07-20 08:57  |  발행일 2023-07-20 제13면
中企 기술개발 돕고 대기업 매칭…경북 원전 밸류체인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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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내 힐튼호텔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북 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국내 원자력 산업 동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에 거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당장 울진 신한울 3호기와 4호기가 착공을 앞두고 있고,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경북은 신규 원전 건설과 원자력 관련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경북은 원자력 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해야 하는 중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지역에서 사슬처럼 엮여 시너지를 내야 경제적 파급효과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원자력 관련 기업 발굴, 육성, 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9편에서는 원자력 관련 지역 기업 현황과 육성 정책 등을 소개한다.

SMR·원전해체 등 신규시장 열려
경북도, 관련 중소기업 집중 육성
R&D 비용 지원해 경쟁력 높이고
네트워킹 강화·정부 지원책 안내
우수기업 알려 해외 수출 돕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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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민 두산에너빌리티 수석이 차세대 원전 산업의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경북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 중입니다.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경북도의 원자력 홍보영상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정나래 포항테크노파크 그린에너지센터 에너지산업팀 대리가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17개 원형 테이블에 나눠 앉아 있던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말에 박수로 화답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원전·방사선' '전기전자' '기계설비' 등 푯말을 통해 참석자들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힐튼호텔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북 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의 풍경이다.

경북도 주최, 포항테크노파크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원자력 관련 기업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안내하고, 맞춤형 컨설팅은 물론 대기업·공기업과의 협업매칭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원자력 산업에서 공급망에 핵심적 역할을 맡을 중소기업 발굴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역 내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다.

참가 기업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행사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원전 관련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원전 관련 기업 지원 기관도 여럿 참석했다. 또 원자력 산업 분야 진출이나 확대를 원하는 50여 개 중소기업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원전 지원기관들은 이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이어 우수 원전기업의 성공사례 발표와 참여기관 간 네트워킹 등 기업 소통의 시간도 마련됐다.

경북도는 이날 행사를 바탕으로 오는 9월 경주에서 '경북 원전기업 맞춤형 컨설팅 및 비즈매칭 데이'를 연다. 비즈매칭(Biz-matching)이란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기업 등이 협업할 수 있게 이들을 연결하는 '사업자 연계'를 의미한다. 비즈매칭 데이에는 원자력 산업 분야 진출과 확대를 희망하는 15여 개 핵심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은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같은 원자력 산업 앵커기업(선도기업)과 상담을 한 뒤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을 위해 현장 탐방도 할 계획이다.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만들어라

최근 들어 원자력 관련 기업 육성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4일 '원전 중소기업 중장기 경쟁력 강화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15일 '원전 생태계 재도약을 위한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로드맵'을 잇따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매출과 인력이 급감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앞으로 원자력 발전 시장이 성장하며 일감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조만간 신한울 3호기와 4호기가 동시에 착공에 들어간다. 지난달 26일 부지정지(건설에 앞서 터를 파는 것) 착수식이 진행됐고, 내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한울 3호·4호기 건설이 시작되면 원자력 산업계에는 수조 원대의 일감이 풀린다. 향후 10년간 주기기와 보조기기 공급 계약에 따라 공급되는 일감만 각각 2조9천억원과 2조원으로 예상된다. 주기기는 열을 생산하는 원자로와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발생기, 전력 발전을 위한 터빈발전기 등 핵심기기를 의미한다. 보조기기는 주기기를 제외한 펌프, 배관, 밸브, 케이블 등으로 품목 수만 192개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해외 수출이 성공할 경우 원자력 산업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은 폴란드, 이집트, 체코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국내 원전 신규 건설에 더해 해외 수출까지 성공하면 원자력 업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감 공급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은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에 집중 형성돼 있다. 경북도의 자체 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원자력 관련 유자격업체는 540곳이다. 이 중 대부분이 수도권(46.5%·251곳)과 부산·경남권(24.6%·133곳)에 몰려 있다. 또 국내 원전에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을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 관련 협력업체 424곳도 부산·경남권(66.8%·284곳)과 수도권(22.8%·97곳)에 집중돼 있다.

한전KPS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470곳 중 절반이 수도권(26.4%·124곳)과 부산·경남권(21.5%·101곳)에 위치한다. 하루라도 빨리 경북에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다.

원자력 관련 기업은 안전성을 위한 엄격한 기술력 요구로 시장 진출의 벽이 높은 편이다. 또 과거에는 원전 건설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매출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컸다. 그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산업이다. 경북도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 고준위방폐장 등 새로운 원전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관련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경북도의 원자력 관련 기업 지원

경북도는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여러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기술개발 지원사업'이다. 매년 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원자력 분야 기업 R&D 과제와 시제품 제작을 위한 설계 및 제작 비용 등을 지원한다.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다양한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론 원전 기업 육성을 바탕으로 미래 원전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북도는 또 매년 2억원의 사업비로 '원전관련 기업경쟁력 강화사업'도 운영 중이다. 원전 산업에 진입을 희망하는 신규기업을 발굴하고 기존 기업의 스케일업(Scaleup·규모 증대)이 목표다. 또 원전 관련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한다. 홍보·마케팅을 통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 사업을 통해 국내외 원전 관련 수출 상담회나 박람회 참가 시 홍보부스 설치비, 홍보물 제작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개발 기술의 국내외 특허 출원 및 등록, 국내외 인증 획득,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에 필요한 비용도 경북도가 지원한다. 이외에도 원전 산업에 대한 이해 교육과 상담회는 물론 원전 기자재 납품자격 인증획득 역량강화 교육도 이뤄진다.

'원전시장 판로개척 지원사업'도 있다. 원전 분야의 우수 기술이나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사업에 선정된 3개 안팎의 기업에는 특허출원 및 등록, 시험분석, 인증획득, 박람회 참가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1천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은 포항테크노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상길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경북도는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기술 개발, 원전 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가동하고 있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자력수소 등 국가산단이 확정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고 앵커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원전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토록 행정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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