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교육감의 유감 표명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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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06:54  |  수정 2023-07-24 06:53  |  발행일 2023-07-24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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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지난 17일자 영남일보에 실린 '한국의 카르텔들'이란 제목의 월요칼럼을 관심 있게 읽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의 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시점이라 눈길을 끌만 했다. 칼럼은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이 12년간 교육감으로 재임하면서 듣고 봤던 것을 적은 책을 근거로 교육계의 카르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필자의 시선을 오래 머무르게 했던 칼럼의 표현은 두 곳이다. 하나는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이라는 김 전 교육감의 저서 제목. 또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승진용 뇌물도 교육감의 짭짤한 수입원임을 파악했다는 대목이다. 어디에선가 비슷한 문구를 본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보니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관련 기사에서 본 것들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열린 민선 5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때 "아이들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다짐했던 처음 마음을~"이라고 했다.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과 취지가 같다. 오직 아이들의 교육만 신경 쓰겠다는 두 교육감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어서, 존중받을 표현이다.

승진용 뇌물이라는 불편한 단어는 임 교육감이 기소됐다는 기사에서 같은 뜻의 다른 표현으로 등장한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임 교육감을 기소했다. 임 교육감은 2018년 6월 실시된 교육감 선거 때,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가를 경북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감이 캠프 관계자에게 지급할 대가를 인사 대상인 교육공무원들에게 대신 제공하게 하고, 교육공무원들이 교육감 대신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이자 교육감 직무 관련 뇌물수수 공여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기자간담회 때 임 교육감은 기소와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만 했다. 정치인들은 기소가 되면 "사실 여부를 떠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정도의 언급은 한다. 기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재판에 넘겨진 상황 그 자체만으로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게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교육감은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임 교육감이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났으니,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학생과 학부모는 여러 차례 임 교육감이 재판에 출석하는 것을 봐야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죄짓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경북지역 교육자의 대표는 자신의 유무죄를 가리는 상황을 학생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재판에 출석하다 보면 교육감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가겠다던 임 교육감의 의지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교육감은 교육자이자 정치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것만으로 고개를 숙이는 게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교육자의 자세이다. 동시에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인의 도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최근 수해 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정치인들의 사과를 보면서 임 교육감의 지난 대응을 다시 생각한다. 경북도교육감은 경북도지사처럼 경북지역 유권자가 선출했다. 보통의 유권자는 교육감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관심이 낮지만, 교육감 자리의 무게감은 엄중하다. 무게감에 맞는 처신이 필요하다.김진욱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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