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할매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잡고 묻는다
사람들이 니보고 시인 시인 카던데
그게 뭐라
그게……
그냥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래요
그래!
니가 그래 실없나
하기사 동네 고예이 다 거다 멕이고
집 나온 개도 거다 멕이고
있는 땅도 무단이 놀리고
그카마 밭에다 자꾸 꽃만 심는
느 어마이도 시인이라……
참, 오랫동안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김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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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시인은 우리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이 시에 등장하는 앞집 할매는 시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없는 짓을 하는 부류가 시인이라는 고백을 듣자마자, 아이코, 무릎을 '탁' 칩니다. 시인이란 게 참 실없는 사람이 분명한기라고 자신의 평소 생각에 다시 공감합니다. 동네 고양이와 집 나온 개를 다 거두어 먹이고, 있는 땅도 무단히 놀리는 건 사람의 행사 중에서 실없는 일이라고 믿는 할매. 밭에다 꽃을 자꾸 심는 너희 엄마도 그러고 보니 시인인 거라고 믿는 할매. 그러면서 할매는 실없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시 속에서 "고예이 다 거다 멕이고"라는 정겨운 사투리가 더 반가운 것은 나도 실없기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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