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쌍절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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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8 06:48  |  수정 2023-07-28 06:57  |  발행일 2023-07-28 제23면

2004년 개봉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가끔씩 VOD(주문형비디오)를 통해 다시보기를 하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극 중에서 현수(권상우 분)는 쌍절곤을 연마해 학교 옥상에서 교내 빌런들을 제압한다.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과거 쌍절곤을 만져본 이가 꽤 있을 게다. "아뵤~" 1970년대 홍콩 영화에서 이 괴성을 지르며 쌍절곤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액션 스타 리샤오룽(이소룡)에 누구나 한 번쯤 빠졌을 것이다. 관객의 속을 이토록 후련하게 한 배우가 또 있었을까. 흐느적거리는 듯 휘두르는 쌍절곤과 노란색 바탕의 검은색 줄무늬 운동복. 영원히 잊히지 않을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당시 재개봉관에서 리샤오룽의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친구들과 쌍절곤을 휘두르며 리샤오룽을 흉내 내기 바빴다. 서툰 쌍절곤질에 자기 뒤통수를 때리기 일쑤였다. 어릴 적 추억의 한 페이지다.

쌍절곤은 두 개의 막대를 사슬로 연결한 무술용 기구다. 고대 중국에서 사용했던 병기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일본 오키나와 전통 무술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어찌 됐든, 쌍절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굿즈'로 남아있다. 지난 20일은 리샤오룽이 33세에 요절한 지 50년이 된 날이었다. 그날을 전후해 홍콩에서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홍콩인들은 "리샤오룽은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생전 맹활약할 때 홍콩 무술 영화의 인기는 시쳇말로 '넘사벽'이었다. 그런 홍콩영화가 요즘 국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쌍절곤의 추억을 소환해 봤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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