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

  •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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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31  |  수정 2023-07-31 06:50  |  발행일 2023-07-31 제11면

[행복한 교육] 보호받지 못하는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교사들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않고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7월18일, 방학을 얼마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이초 선생님이, 교직 2년 차 청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막막하고 답답했을지 정년을 앞두고, 교직 평생을 교육운동을 한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바꿔왔던가 생각하면 미안하다. 늙은 교사인 나도 수시로 울컥한 데 앞길이 창창한 후배들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아직 서울교육청, 교육부의 합동 조사와 경찰 조사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언론에 드러난 것으로 보면 선생님의 마지막 호소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업무 폭탄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아갔을지에 대해 전국의 교사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일어섰다. 살인적인 아동학대라는 굴레에 갇혀 당해온, 하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과 동료 교사들의 교육권(교사의 인권, 정상적인 교육 활동 보장) 침해 경험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7월22일 5천여 명이, 7월29일 3만여 명의 교사가 서울에 모였다.

지금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할 권리(교권, 교사의 인권, 교사의 노동권)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학생 인권만(세상에 ~만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쓰다니)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실추되었고, 이는 종북주사파 세력들과 진보교육감들이 만든 학생인권조례 때문일까? 이 질문에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대구시나 경북교육청에서는 교권침해가 문제없다는 말인가라는 반론이 바로 나온다. 그런데도 교육부나 정부 여당은 왜 이렇게 말할까? 수많은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기보다는 우선 여론을 잠재우고 정치적 계산을 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처방으로 시간이 지나면 넘어가겠지라고 여기지만 불행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서이초 2년 차 선생님의 죽음으로 드러난 이 슬픔과 분노는 아마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들불처럼 들고 일어난 일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처음 초등 교사들이 분노하면서 들고 일어난 사건은 2017년 대구에서 일어난 '수학여행 중 휴게소에 학생을 혼자 둔 사건' 때였다. 이 사건 이전부터 많은 교사가 아동복지법에서 제17조(금지행위) 3항 신체적 학대행위, 4항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여 5만원 벌금형만 선고를 받아도 해임되거나 10년간 취업제한을 받는 조항으로 이미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위축시켜왔고, 학부모들은 이를 무기로 사사건건 교사의 교육 활동조차도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교육청은 교사들의 교육 활동에 제동을 걸었지 보호하지 않았다. 법이 그랬으니 별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구 초등학교에서 이 휴게소 사건은 전국 교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전국의 교사들이 탄원서를 쓰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겨우 교사의 행위 경중에 따라 처벌 양정에 차이를 두도록 개정되었을 뿐이었다. 아동학대로 인한 해임은 최소화되었지만, 학부모들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학부모들이 교사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었다. 교사들은 더 움츠러들었고 짓눌러져 왔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직접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은 전체 교사 중 일부이다. 그런데 대부분 교사가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많은 교사가 도망가듯 교직을 그만두고 있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두고 교사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교사의 자존감과 삶을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여기서 물러서면 그다음은 바로 자신이 될 것이라는 공포감 때문이며, 그것이 돌아가신 선생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도망가지 않겠다. 더 숨어있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운동이 겪어보지 않은 사태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전교조 해직교사 1500여 명의 역사 이후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다.

교사들의 분노가 우리 교육의 질적 전환을 가져오도록 교사들이 더 끈질기게 나서야 한다. 그리고 성명을 발표한 서울교대 교수들처럼, 전국의 교대와 사범대 교수들이 나서고, 교사들의 부모들도 나서야 한다. 교육감들은 지역별로 원하는 교육 주체들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열어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총리는 책임을 지고 과감하게 국가교육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는 정치적 계산을 멈추고 빠르고 구체적인 법 개정으로 답해야 한다. 그나저나 국가교육의 중장기적 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교사를 슬프게 하지 마라.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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