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뉴 파노라마 .4] 국내 묘목 생산 중심지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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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8 07:54  |  수정 2023-08-08 07:55  |  발행일 2023-08-08 제16면
천혜 자연환경+100여년 노하우+선진 행정력 접목 '종묘산업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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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위쪽)와 경산종묘유통센터. 두 기관은 경산종묘산업특구를 경쟁력 있는 선진화 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각 조성됐다.

경산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종묘(種苗)를 빼놓을 수 없다. 경산은 묘목을 생산하는 국내 종묘산업의 메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알맞은 기후 여건, 농업인들의 축적된 노하우, 행정력의 뒷받침 '세 바퀴'가 맞물려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국내 최대 산지로 자리매김했다. 경산시는 종묘산업특구 활성화와 산업 고도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심산이다. 무병묘와 포트묘 등 고품질 묘목 생산을 점차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내 종묘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산 뉴 파노라마' 4편에서는 경산 종묘산업에 대해 소개한다.

◆100여 년 이어져 내려온 산업

경산 종묘산업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한국에 이주한 일본인들이 종묘사업을 벌인 것이 시발점이다. 이들은 경산에서 한국인 책임자들을 두고 상업적 종묘사업을 하며 접목 등 재배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이후 진량읍 보인리 출신인 조사현(1913~1976년)씨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상업적 육묘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인에게서 육묘기술을 배운 뒤 1930년대 독자적으로 묘목을 재배해 판매했다.

경산의 육묘산업은 차츰 번창해 1950년대에는 전국 유실수 생산을 독점할 정도였다. 묘목 생산에 알맞은 기후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대규모 상업적 육묘산업이 이뤄지며 경산은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로 발전했다. 특히 1968년 경북도 육묘장 설립은 경산이 전국 최대 묘목 생산단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경산은 화훼, 조경수 등 다양한 품목을 개발해 전국 묘목시장을 휩쓸었다. 종묘산업도 보다 전문화되며 유실수 품목별로 묘목을 생산하는 전문 생산업체가 등장했고, 국외 신품종도 도입됐다. 사과의 경우에는 자근대목 포장을 통해 묘목을 생산하고, 포도는 전열 온상에서 발근·발아시켜 포장 이식하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석류, 대추, 감 등의 묘목을 일본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나무를 가꾸는 기술을 알려준 준 국가에 역으로 고품질의 나무를 파는 기념비적인 일을 해낸 것이다. 10년 뒤인 2005년 8월에는 회원 372명으로 구성된 경산과수종묘연합회가 결성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응하기 위해 묘목 생산자 단체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경산 종묘산업은 2007년 4월, 또 한번 전환점을 맞는다. 하양읍과 진량읍 일대(415㏊ 규모)가 경산종묘산업특구로 지정된 것이다. 이후 경산은 전국 최대의 종묘생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문·규모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종묘산업특구 활성화를 위해 이듬해 7월에는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이 출범하고, 경산과수종묘연합회가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으로 재출범했다.

이어 경산시는 종묘산업특구를 경쟁력 있는 선진화 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대지면적 1만6천947㎡)를 설립했다. 종묘기술개발센터는 우량묘목과 무병묘 생산 및 보급을 위한 기술 연구와 과수 유전자원 보전, 신품종 육성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우량묘목 보급을 위한 생산 기술 연구를 비롯해 경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묘목에 대한 주기적 바이러스 검사 및 우량묘목 생산 지원 등의 기능도 하고 있다.

경산에서 생산된 묘목의 원활한 유통을 위한 거점도 조성됐다. 2014년 11월 문을 연 경산종묘유통센터(대지면적 7천421㎡)다. 경산종묘유통센터는 연중 출하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량종묘 자체 품질 보증제 실시 등으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묘목의 유통 가격 안정화 등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종묘사업 시발점
조사현씨 1930년대 독자적 재배·판매
전국최대 육묘 생산단지로 자리매김
하양·진량읍 일대 종묘산업특구 지정
종묘기술개발센터·유통센터 문열어

지형·토양·기후 알맞고 수자원 풍부
3代 걸친 전문기술 축적도 강점으로
경산시 종묘산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



◆전국 최고 품질의 묘목

경산 묘목은 금호강 일대인 하양읍과 진량읍, 와촌면 등을 중심으로 생산된다. 이곳은 국내에서 묘목 생산에 가장 적합한 토양과 자연환경, 기후여건 등을 가진 지역으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의 토양은 비옥한 퇴적 사질양토로 배수가 잘된다. 또 지형이 평탄해 파종, 관수, 굴취, 기계화 작업 등 각종 육묘작업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다. 경산은 금호강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저수지를 갖고 있어 수자원도 풍부한 편이다.

경산의 분지지형 역시 묘목 키우기에 매우 유리하다. 연평균 기온은 13~15℃로 여름 기온이 높은 반면 겨울 기온은 경북 내륙지역보다 온화하다. 연평균 강수량은 850~1천㎜로 한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반대로 일조량은 다른 지역보다 높아 묘목 성장에 도움을 준다. 경산은 겨울이 비교적 덜 추운 곳이라 묘목이 동해를 입지 않으며, 여름에는 태풍이나 장마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도 거의 없는 편이다.

사통팔달 교통 인프라도 육묘산업 활성화에 한몫을 한다. 경산은 묘목은 물론 각종 물류 유통에 유리한 지역이다.

이 같은 기후여건과 자연환경에 더불어 종묘생산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경산은 전국 최고 품질의 묘목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경산에서는 3대에 걸쳐 종묘산업을 이어나가는 가구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축적된 기술과 전문화된 지식을 갖춘 인적 자원이 풍부한 것은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산만의 강점이다.

경산 종묘산업은 사과 묘목을 주종으로 각종 유실수를 비롯해 장미 묘목이 주류를 이룬다. 묘목 재배 농가는 680여 가구로 재배면적은 60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과수가 400㏊, 장미 60㏊, 관상수 등이 140㏊다. 연간 묘목 생산량은 3천만주, 연간 생산액은 600억원 정도다.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하는 농가 수만 540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묘목 생산자단체의 조직률도 높은 편이다.

정희진 경산묘목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은 "경산 금호강 주변은 사질양토에 일조량 많고 강수량이 적은 대신 저수지 등 수리시설이 잘 발달해 있어 묘목 생산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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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 사과무병대목모수포장에서 다양한 품종의 사과 묘목이 자라고 있다. 종묘기술개발센터는 과수 신품종 육성과 무병묘의 안정적인 생산 등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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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종묘유통센터에는 경산 종묘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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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산업의 미래를 이끈다

2000년대 들어 경산 종묘산업은 더욱 체계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특히 경산은 우량 무병묘와 포트묘 등 새로운 묘목을 생산하며 국내 종묘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중이다. 무병묘와 포트묘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종묘산업 분야다. 무병묘란 총 17종에 해당하는 특정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에 감염되지 않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의 묘목을 말한다. 열처리, 생장점 배양 등을 통해 생산하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좀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또 15~20년의 재배기간 동안 과실의 생산량이 많고 품질도 우수하다.

국립종자원은 2022년부터 과수무병묘목생산공급지원사업을 통해 무병묘목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5대 과종(사과·배·포도·복숭아·감귤) 묘목 유통량의 약 6.6%가 무병묘였다. 현재 경산은 전국 무병묘 생산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작은 화분에 담겨 생산된 포트묘 역시 종묘산업의 미래 먹거리다. 포트묘는 심는 시기 조정이 가능하고, 어릴 때부터 직접 키우므로 가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흙이 뿌리에 달려 있어 묘목이 죽을 확률이 적고, 이식을 하지 않으므로 뿌리 발근이 좋다. 포도와 사과 포트묘의 경우 경산이 전국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산시는 종묘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판단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수무병화관리기관과 조직배양연구실 운영은 물론 △종묘연구포장 운영 △종묘생산자 전문인력 육성 △경산묘목 홍보 행사 △종묘산업특구 우량묘목생산기반 구축 지원 △친환경 접목농자재 지원 △기계접목기 활용 스마트묘목 생산 시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철호 경산시 농촌진흥과 종묘산업팀장은 "경산시는 우량하고 균일한 과수 묘목의 대량 생산과 무병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병묘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으로 경산 묘목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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