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조건만남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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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0 06:43  |  수정 2023-08-10 06:51  |  발행일 2023-08-10 제23면

최근 40대 현직 판사가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방의 한 법원에서 근무하는 그 판사는 서울 출장 중에 강남의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앱을 통해 만난 30대 여성에게 15만원을 주고 성매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이 업무 시간인 벌건 대낮에 그런 짓을 했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입건 후에도 한 달 동안 재판을 맡았다니 기가 찬다. 법원이 경찰로부터 해당 판사에 대한 수사개시 통보를 받았음에도 그냥 뭉갰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원의 기강해이와 제 식구 감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국민을 열받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성매매 판사의 신분 유지도 논란거리다. 판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할 수 없는데, 성매매 초범은 대부분 기소유예로 그치기에 해당 판사는 경징계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헌법으로 법관 신분을 보장하는 건 판결의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이게 성매매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해당 판사는 과거에 성매매 관련 사건도 10건 이상 맡아 모두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조건만남' 방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의 항소심에서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아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정에서는 근엄하게 성매매를 꾸짖고 뒤로는 몰래 즐긴 판사의 이중적 행태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판사까지 이용할 정도라면 '조건만남' 앱이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육체적 쾌락을 위한 부적절한 만남을 즐기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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