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詩碑에 是非를 걸다

  • 박주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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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0 08:00  |  수정 2023-08-10 08:00  |  발행일 2023-08-10 제21면

박시인
박주엽 (시인)

일부 몰지각한 문학인, 특히 시인의 부도덕한 시비(詩碑)가 건립되는 것에 따끔한 충고를 하고 싶다. 자비로 비석에 자신의 글(시)을 새겨 세우고, 시집 표지에 올려 자랑하듯 폼을 과시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랑에 불과한 시비는 시비가 아니다. 자신을 남들에게 돋보이려고 하는 자기 자랑에 급급한 몰지각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또한 엄연히 자연훼손에 해당한다. 모든 문학인이 이렇게 자기 자랑에 급급해 자비로 시비를 건립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숫자가 얼마가 되는지를 묻고 싶고, 이것을 자랑하는 문학인이 정말 문학인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냐를 묻고 싶다. 개인 자비로 건립한 시비는 반(反)상식적인 생각에서 빚어진 심각한 자연훼손의 주범이다. 그 볼품없는 시비를 사진 찍어 자랑하고 다니는 꼴불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러한 현상의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 시인이 남겨야 할 것은 시비가 아니다. 자기 만족에 사로잡히는 문학인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시비는 후세들이 그분의 공적이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고, 후세들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문학인이 사비로 건립한 시비가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난립하여 자연훼손의 1등 주범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남긴다.

박주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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