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북한을 닮는 캄보디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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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  수정 2023-08-14 07:03  |  발행일 2023-08-14 제21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북한을 닮는 캄보디아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캄보디아의 권력세습이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 현 총리 훈 센이 1985년부터 38년간 독재정치를 해 오다 맏아들 훈 마넷(45)에게 총리직을 넘기는 것이 그렇다. 지난 월요일 캄보디아 국왕 노로돔 시하모니는 총리의 소청으로 훈 마넷을 차기 총리로 임명하고 그에게 조각을 맡긴다는 칙령을 발표했다. 지난 7월23일 총선에서 그가 프놈펜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아버지는 바로 사흘 뒤에 하야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2021년에도 아들에게 정권이양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을 아예 없애버리고 치른 지난 총선에서 훈 센의 캄보디아인민당이 125 의석 중 120석을 얻자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은 그 선거를 공정한 민주선거로 인정치 않았다. 훈 마넷은 오는 22일 국회인준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취임은 무난할 것이다.

새 총리는 새 내각을 젊은 피로 채울 것이다. 훈 센과 함께 크메르루지 혁명과 1970년대, 80년대 내란을 거쳐 온 혁명세대는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더러는 또 북한처럼 그들의 직위도 아들에게 세습할 것이다. 훈 센도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캄보디아인민당의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적어도 10년 동안은 국가경영에 관여할 것이다. 그는 일찍이 부와 권력을 쥔 가문과 연대하여 독재의 기반을 닦아 왔다. 그 가문들이 받은 정치적·경제적 혜택이 이제는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는 부패와 불평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정치 경륜이 일천한 젊은 총리로서 이들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관전 포인트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영국 브리스틀 대학에서 수학한 만큼 독재를 풀고 인권문제도 전향적으로 다루리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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